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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2
첼리 두란 라이언 글, 아놀드 로벨 그림, 정대련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아이들의 눈은 더욱 초롱초롱해집니다. 아니, 눈에는 졸음이 가득한데 안자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잠들기를 거부하죠. 큰 아이를 키울때, 아이가 밤낮이 바뀌어서 밤 새워 놀다가 새벽녙에 잠이 들곤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아이들이 잠들기를 싫어합니다.
더 많이 놀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낮잠을 자고 난 뒤 잠이 오지 않아서이기도 하죠.
밤이 되면 재우려는 엄마와 안 자려는 아이들과의 힘겨운 전쟁이 시작됩니다.
흑백의 펜화로 그려진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은 밤을 싫어하는 힐드리드 할머니가 밤을 쫓아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잠을 안자려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펜화로 그려진 삽화는 흑백으로만 표현되어 있지만, 펜화가 가지고 있는 섬세함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 삽화입니다.
화려한 색이 없어도 섬세함으로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헥삼 가까이에 있는 높은 언덕에 사는 힐드리드 할머니는 밤을 싫어합니다.
"헥삼에서 밤을 몰아 내기만 한다면, 해님이 언제나 우리 오두막을 비춰 줄 텐데. 왜 여태 아무도 밤을 몰아 낼 생각을 하지 못했나 몰라."
할머니는 빗자루로 밤을 쓸고, 북북 문지르고, 비비고 털어냅니다. 튼튼한 삼베 자루로 밤을 자루 안에 넣어보려하지만 밤은 그대로 있습니다.
가장 큰 가마솥에 밤을 끓여 김으로 날려 보래고 해봤지만, 밤은 여전히 그대로 있어요.
밤을 가위로 잘라보기도 하고, 늙은 사냥에게 밤을 던져 주기도 하고, 침대 속에 쿡쿡 쑤셔 넣어보기도 하지만, 밤은 늘 그대로 있습니다. 할머니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밤을 없애보려고 하지만 밤을 없앨 수는 없었어요.
결국 할머니는 밤한테 신경쓰지 않기로 했죠.
바로 그때, 해님이 환하게 솟아 올랐지만, 할머니는 밤과 싸우느라 피곤해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할머니가 일어날 때면 다시 밤이 찾아오겠죠?
밤에 잠을 자지 않았던 할머니는 결국 그토록 원하던 해님을 만날 수 없게 되었어요. 밤 늦도록 잠들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밤에 잠을 안자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게 되지 않을까요?
밤에 늦게자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결국 낮동안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 말이죠.
친구들과 함께 놀지도 못하고, 환한 낮에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모습도 볼 수 없습니다.
힐드리드 할머니는 뉘우치지 못했지만, 우리 어린이들은 할머니를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잠투정하는 아이들과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그림책이 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9시 30분이면 늘 제시간에 잠이 드는 작은 아이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런데 이 할머니는 밤이 싫다더니, 잠은 왜 자는거야? ㅎㅎㅎㅎㅎ" 하면서 즐거워합니다.
할머니의 어리석음이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 의미만큼은 정확히 파악한 듯 합니다.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답게, 밤이라는 소재와 흑백의 펜화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작품인거 같습니다.
(사진출처: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