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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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65주년 광복절이 맞이했다. 국경일로 지정하여 광복절을 기억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는 점점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역사의 최소한의 의미만 기억하고 있을 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아픔과 상처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우토로의 희망 노래> 역시 일제시대에 겪었던 아픔을 다루고 있는 책이였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우토로의 이야기는 우리가 역사의 아픔과 상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거이기도 했다.
주인공 은비처럼 우리 아이들도 "엄마 위안부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이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역사적 지식에만 치중하여 알려주고 있으며, 역사가 가지고 있은 아픔과 의미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가 역사의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역사의 아픔을 겪어야했던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 된 듯 하다. 나 역시 그동안 수업시간에 필요한 역사적 지식에만 치중하여 역사의 단면만을 보여주었던 것에 대해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에서는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요즘 아동 성폭행과 성추행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에게도 당당함을 전한다.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그들의 잘 못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은비네 가족은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은비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일찍 출근을 하시면 혼자 등교준비를 한다. 엄마가 차려 놓은 아침밥을 먹기 시작할 무렵, 옆집에서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에구, 내 새끼들, 예쁘기도 해라."

일주일동안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할머니의 목소리만 들은 은비는 507호 옆집을 수상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이사 인사를 하기 위해 부침개를 옆집에 돌리게 된 은비는 드디어 507호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무섭게 생긴 할머니의 외모 때문에 귀신 할머니라는 별명을 붙히게 된다. 할머니가 말하는 상대가 아이들이 아니라 꽃들이라는 것, 주위 사람들의 잘못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고 호통을 쳐서 호랑이 할머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은비는 숙제에 필요한 찰흙을 사기 위해 문방구를 다녀오던 중 은비를 쫓아오는 덩치 큰 검은 그림자에게 성추행을 당할뻔한 사고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은비는 그 일로 인해 예민해지게 된다.

어느 날, 귀신 할머니는 보름동안 미국에 가는 일로 은비에게 꽃에 물주는 일을 부탁한다. 할머니가 무서워 일을 맡게 된 은비는 할머니 댁을 방문하면서 할머니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할머니가 ’욕쟁이 할머니’’위안부 할머니’로 유명한 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여성 단체의 온라인 카페에서 귀신 할머니인 황금주 할머니의 이야기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은비는 할머니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고향에 가고 싶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고향에 가지 못했던 할머니를 고향에 모셔다 드리고, ’족두리 쓰고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싶다’고 말한 할머니를 위해서 마분지로 정성껏 족두리를 만들어 드리며, 은비는 할머니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치매로 부산 요양원으로 가게 되고, 은비는 할머니의 남겨진 화분을 키우면서, 마치 꽃들이 할머니인 양 이야기를 하곤 한다.

"참, 그런데요 할머니, 그렇게 멀리 끌려가서 몹쓸 짓을 당한 게 할머니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셨어요? 고향에도 안 가고 엄마랑 동생들도 안 만나고. 난 할머니처럼 살지 않을래요. 이젠 그말 밤 일 따윈 잊을거예요. 아직 이렇게 어린데 꽃도 못 피우고 시들시들 말라가면 억울하잖아요. 전 누구보다 예쁜 꽃으로 피어날 거라고요!"

"그래, 김은비, 당당하게 사는 거야! 그렇지 얘들아?"
(본문 121p)

황금주 할머니를 만났던 저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며 당당하게 외쳤던 할머니는, 그들에게 받은 상처로 치매에 걸리게 되었다. 
꽃을 보면 꽃다운 처녀 시절로 되돌아간 듯하다는 할머니는 그렇게 꽃을 키우면서 그 상처를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위안부 할머니와 성추행을 당할 뻔 한 은비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당당한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와 아픔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은비의 모습은 요즘의 무서운 사회모습과 맞물려져 있다.
점점 늘어나는 아동 성폭행과 성추행 사고로 상처받는 아이들이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상처로 인해 그늘 속에 숨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기억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무엇보다 예쁜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이 그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우리들의 관심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 모래알이 다 빠져나간 모래시계처럼 할머니들이 떠나시게 된다면, 우리도 그 아픈 기억을 잊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프다.
우리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함께 기억하는 일이 할머니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아닐까?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는 그들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통해서 할머니들의 아픔과 상처와 고통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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