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많은 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1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제임스 서버 글, 황경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예쁘고 순수함이 가득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순수한 감성은 잃어버린 채, 타산적이 되어가고 사실적인 것에 중심을 두게 됩니다.
아이들의 예쁘고 순수한 말에도 과학적인 사실만을 내세워 아이들의 달콤한 상상력을 무차별하게 공격합니다.
달에는 토끼 두마리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그 예뻤던 순수함은 어디로 간걸까요?

<<아주아주 많은 달>>은 달을 바라보는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과 과학적이고 타산적으로만 달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궁중 어릿광대처럼 비록 순수함을 잊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주고 이해해줄 줄 아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달에는 예쁜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믿는 아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엄마 말입니다.

나무딸기 파이를 잔뜩 먹고 배탈이 나서 자리에 누운 공주가 걱정된 왕은, 공주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다 주겠다고 말합니다. 공주는 달을 가질 수만 있다면 곧 나을 거 같다고 말했죠.
왕은 시종장을 불러 달을 구해 오라고 말합니다.
시종장은 그동안 폐하를 위해서 구해 왔던 많은 물건들의 목록을 읊으며, 5만6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방보다도 크고, 펄펄 끓는 구리로 되어 있는 달은 가져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왕은 궁중 마법사를 불렀습니다. 궁중 마법사 역시 폐하를 위해서 부렸던 마법의 목록을 읊은 뒤에 24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초록색 치즈로 되어 있으며 궁전의 두 배나 되는 달은 도저히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죠.
궁중 수학자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48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동전처럼 둥글고 납작하며 석면으로 되어 있고, 크기가 이 나라의 절반만하고, 하늘에 꼭 붙어 있어서 달을 구해 올 수 없다고 말했어요.
슬픔에 빠진 왕은 궁중 어릿광대를 불러 구슬픈 곡으로 류트(16세기 경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기타 비슷한 현악기)를 켜달라고 합니다.

왕의 시름을 들은 궁중 어릿광대는,

"그분들은 모두 현명한 신하들입니다. 그러니까 그분들 말이 모두 맞을 겁니다. 그렇다면, 달은 그분들이 각자 생각하는 것만큼 크고, 또 그분들이 각자 생각하는 것만큼 멀리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 레노어 공주님께서는 달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달이 얼마나 멀리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본문 20p)

공주는 달은 엄지손톱보다 작고, 방 창문 밖에 있는 큰 나무만큼도 높지 않은 곳에 있으며, 금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달을 받은 공주는 너무너무 기뻤고 다시 건강을 되찾았어요.
그러나 왕은 또 하나의 걱정이 생겼습니다. 밤이 되면 달이 다시 떠오를 테니, 공주가 그 달을 보면 공주에게 준 달이 가짜 달이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왕은 이번에도 시종장, 궁중 마법사, 궁중 수학자를 불러서 밤 하늘에서 빛나는 달을 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궁중 어릿광대는 현명한 신하들보다 달에 대해서 더욱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레노어 공주에게 묻는 것이 좋겠다고 말합니다.

"말씀해 주세요, 레노어 공주님. 공주님의 목에 달이 걸려 있는데, 어떻게 하늘에서 또 달이 빛날 수 있죠?" (본문 42p)

"그건 간단하지, 이 바보애. 이를 빼면 그 자리에서 새 이가 나잖아, 안 그래?"
"달도 그래. 난 뭐든지 그럴 거라고 생각해."
(본문 44,45p)

현명한 사람도,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마법사도, 무엇이든지 계산할 줄 아는 궁중 수학자에게도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상상력과 순수함이죠. 궁중 어릿광대는 현명하지도 않고, 마법도 못 부리고, 계산을 잘하지도 못하지만 상상력을 갖고 있었기에 공주님에게 달을 가져다 줄 수 있었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는 과학적 이론, 합리적인 사고, 현명한 지혜보다는 순수함과 상상력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그 순수함과 상상력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랍니다.
아이들의 엉뚱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세요. 논리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 놀라운 상상력이 훗날 더 멋진 과학적 사실과 논리적인 글의 바탕이 될 수도 있답니다.

너무도 예쁜 글에 잊었던 순수함을 기억해보게 되네요. 어린 시절 달에 살던 토끼를 오늘은 좀 찾아봐야겠어요. ^^





(사진출처: ’아주아주 많은 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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