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반올림 3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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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지 모건스턴’의 이름을 보고 참으로 반가웠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박물관의 지겨워> 등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그녀의 동화는 즐거움을 자아냈기에, 이 책에서도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했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된다. 엄마로서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선다. 현재의 교육현실, 청소년들의 무서운 문화 등으로 지레 겁을 먹는다. 아이들은 어떨까? 딸래미는 얼른 중학교에 입학하고 싶다고 말한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새로운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때문이리라. 책 속의 마르고는 꼭 내 딸아이같다. 아니 중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이자, 모습일 것이다.

"너희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중학교 못 가!" (본문 8p)

선생님의 으름장에 겁을 먹었던 마르고는 중학교 입학 통지서를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해서 중학교 갈 수 있겠어?’ 라며 으름장을 놓곤 하는 나와 닮은 꼴의 어른들 모습. 용기보다는 좌절을 더 많은 주는 말들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던 모양이다. 아무리 바보 멍청이라도 중학교는 다 간다고 말하는 마르고 언니의 말처럼 중학교는 누구나 다 입학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르고는 선생님의 으름장 때문인지 중학교를 못 갈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을 누렸다.
통지서를 받은 다음부터 마르고는 중학교 입학을 준비한다.
영어 공부를 하라고 부추기는 엄마, 좋은 반에 들어가고 싶으면 독어나 러시아 어를 공부하라는 언니..그렇게 새로운 일들이 고민으로 다가오는 시간이였다.

입학식 날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선생님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르고의 모습은 긴장과 설레임을 가득 담은 듯 보인다. 임시 학교대표를 자청하는 사람이 없자, 마르고는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마저 떠맡으려는 의로운 인물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손을 번쩍 들게 된다.
아수라장 식당, 과목별 엄청난 양의 숙제로 마르고는 설레임이 아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임시 반장에서 투표를 통한 정식 반장이 되어버린 마르고는 열의를 다해서 아이들의 주소록을 만들지만 아이들에게 냉대를 받는다. 
그러나 학습 심의회에서 1학년 6반 아이들은 흥분을 잘 하고, 자제력이 부족하며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신물이 날 지경이다라는 평가에 마르고는 1학년 6반의 이 참담한 비극을 해결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1학년 6반이 단합’을 결의하고 숙제를 도와주고 좋은 점수가 나오도록 시험지가 잘 보이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지만 마르고는 그것이 허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학교의 개혁에 설레였던 마르고는 그것도 별 의미가 없음을 알고 실망한다.
공부도 잘하고 싶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싶은 마르고의 중학 고군분투기가 유쾌하고 담백하게 담겨져있다. 

"이제 난 친구가 하나도 없어. 애들이 다 날 싫어해."
"뛰어난 성적과 친구들을 둘 다 가질 수는 없어.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하는 게 인생이란다!"
"왜?"
"그냥 그러니까!"
’어떡하지? 난 뛰어난 성적과 친구들, 둘 다 갖고 싶은 걸."
(본문 118p)

책을 읽다가 오래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글 속에 학교의 모습을 담아낸 시 때문일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입학한 중학교이지만, 현실은 꿈과는 다른 곳이였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곳이지만, 꿈과는 다른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아이들은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된다. 그 싸움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음을 마르고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그곳이 꼭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꿈궜던 중학교는
사각의 벽도,
딱딱한 걸상도,
퀴퀴한 콤팡내도 없는 곳.

내가 꿈꿨던 중학교는
벌도,
금지 사항도,
피 튀기는 경쟁도 없는 곳.

내가 꿈꿨던 중학교는
반짝이는 생각들로 가득 차,
마치 거대한 쉬는 시간처럼
꿈결 같은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곳.

내가 꿈꿨던 중학교는
이젠 아스라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꿈을 깨우는 요란한 자명종 소리와 함께.
              (본문 150,151p)

과연 학교가 우리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주장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가야 할 길을 일러 줄 수 있을까?
그 길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밝혀 줄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학교에서 인생을 알 수 있을까?
인생의 비밀을 배워서 터득할 수 있을까?
인생이란 무얼까? 전쟁?
학교는 인생이다! 학교는 전쟁터다!
학교는 학교다!               
(본문 154,155p)

이 책에서도 저자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낸 작가는 중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의 설레임과 두려움과 걱정스러움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이끌어냈다.
학교는 전쟁터일지도 모른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터의 무시무시한 모습만 갖고 있는 곳은 결코 아니다. 주장하는 법과 가야 할 길을 일러주고, 밝혀 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르고가 희망을 보면서 나아가는 것처럼 중학교는 그런 곳이다. 설레임, 두려움, 그리고 희망과 용기가 함께 있는 곳이라는 걸 마르고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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