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미 - 렉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 킨셀라 지음, 이지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기억상실증’. 어쩌면 너무 식상한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식상한 소재가 주는 익숙함이 좋고, 뻔한 스토리 전개일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해피엔딩이 좋다.
삼십대 중반을 넘어선 아줌마이지만, 영화와 드라마 속의 백마탄 왕자를 보면 여전히 설레이기도 하고 마냥 사랑받는 여주인공이 부럽기도 하다.
설레이는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지만, 결혼의 환상은 현실 앞에서는 참 나약한 존재이다. 무너지는 환상 앞에 여자들은 그렇게 백마탄 왕자와 함께 춤추는 신데렐라가 된다. 12시..아니...눈앞에 펼쳐진 집안일에 환상은 깨지지만....

간혹 자고 일어나면 10년이 훌쩍 지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가 있다. 지금 현실에 대한 회피일게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나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 있다면??? 과연 정말 좋을까?
정말 재수 옴팡지게 없는 금요일 밤, 신입 수습 영업 담당(카펫부) 뻐드렁니 렉시는 정말 재수없게도 젖은 계단에서 미끄러진다.
정말 재수 꽝 금요일 밤이였다. 아침에 병원에서 일어난 렉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일게 영업 담당이였던 그녀가 부서 최고 책임자인 부장이 되어 있었고, 뻐드렁니 대신 고른 치아와 멋진 몸매를 가진 자신과 대면하게 되었다. 더욱이 잘생긴 남편까지 있다니....역행 기억상실증으로 3년 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렉시는 재투성이 신데렐라 대신에 왕자와 결혼한 블링블링한 신데렐라가 된 자신이 낯설기만 하다.

지금의 난 신데렐라다. 아니, 신데렐라보다 낫다. 신데렐라에겐 딸랑 왕자밖에 떨어지는 게 없었지만 난 거기에다 덤으로 환상적인 치열과 근사한 직장까지 있다. (본문 115p)

신데렐라보다 더 멋지게 명품으로 휘감아진 렉시가 되어 있지만, 자신이 알던 자신의 진짜 모습은 감추어져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 3년동안 렉시는 바람둥이, 죽일 상사 년, 친한 친구들과의 거리감, 왕따인 렉시가 되어 있었다. 
3년간의 기억을 쫓아가는 렉시의 모습은 한편의 코미디처럼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진짜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명품과 럭셔리 스타일 리빙으로 누구나 꿈꾸는 생활, 잘생기고 훤칠한 훈남 남편이지만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에릭의 모습은 백마탄 왕자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

"당신이 한번은 이런 말을 했어요. 만약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를 전부 다 바꿀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존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모든 걸 말이죠...당신 자신........직업........에릭............일단 그럴듯한 겉치레가 벗겨지고 나면 모든 게 달라 보이는 법이죠." (본문 426p)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렉시는 바꾸고 싶었던 3년의 시간이 기억상실증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과거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예뻐진 자신의 모습에 황홀해 하는 렉시의 모습은 마치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하고, 3년 동안의 뒤바뀌어진 렉시의 모습은 오래 전 방영되었던 드마라 <신데렐라> 의 황신혜를 연상케도 한다.
렉시는 그렇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쇼피 킨셀라의 문체로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비록 쉽게 읽혀지는 가벼운 듯 달달한 이야기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부와 명예 그리고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여지가 내포되어 있음은 간과해서는 안될 듯 하다.

행복한 결말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즐겨보는 로맨틱 코미디 한편을 본 듯 유쾌하고 즐겁다. 식상한 소재? 그것이 머 대수냐? 신데렐라가 되는 자신을 상상하는 일은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결혼, 직장, 연애 속에서 우리 여자들만이 누릴 수 없는 특권이 아닌가? 영화, 책, 드라마 그리고 우리들의 상상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블링블링한 신데렐라가 아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