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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흔히 연애소설이라 함은, 달콤하고 새콤함을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함을 떠올린다. 그러나 기욤 뮈소의 소설 속에서는 초콜릿처럼 달콤함 로맨스는 기대하기 힘들다. 긴장감과 반전만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기욤 뮈소의 섬세한 필체 때문일 것이다.
기욤 뮈소의 주인공들은 모두 깊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면서 치유보다는 고통으로 감내하는 무모함을 선택한다. 저자는 그 무모함으로 인해 자행되는 아픈 결과 대신 치유를 통한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라는 듯 하다. <사랑하기 때문에><구해줘>가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서도 정작 본인은 상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당신 없는 나는?> 경찰과 세계 최고의 도둑의 대립을 통해서 사랑과 치유를 보여주고 있다. 스릴, 긴장 그리고 기욤 뮈소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피드한 전개와 영상미로 책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1995년 여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스무 살의 가브리엘과 스물 한 살의 마르탱은 사랑하게 되었지만, 프랑스로 돌아간 마르탱과 그를 잡을 수 없었던 가브리엘의 오랜 이별이 시작된다. 가브리엘이 가진 슬픔은 찾아내었지만, 그 슬픔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마르탱과 가브리엘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가브리엘로 인해 상처 받는 고통을 껴안은 채, 경찰로서의 삶을 시작한 마르탱은 세계 최고의 도둑인 아키볼드과의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하게 된다.
마치 마르탱이 쫓아오길 바라는 듯 아키볼드는 마르탱을 조종하는 듯 보인다. 보석을 가지고 있으면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온갖 수수께끼로 둘러싸인 전설의 다이아몬드 ’천국의 열쇠’ 를 미끼로 아키볼드는 마르탱을 캘리포니아로 불러들인다.
숨막히게 진행되는 그 게임을 통해서는 아키볼드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마르탱과 가브리엘의 재회가 이루어진다.
<구해줘>에서 ’죽음의 사자’라는 판타지적 캐릭터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해가고 있다면, <당신 없는 나는?>에서는 코마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게 되는 ’탑승대기구역’을 통해서 대립되는 두 인물의 갈등을 풀어가는 장소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던 아키볼드와 마르탱은 대립관계이지만, 서로 닮아 있다. 한 여인을 위한 그들의 애절한 사랑은 고통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과거의 흔적 속에서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겪어야만 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의미가 깃들어 있어.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지."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예측불허하게 흘러간다. 독자들이 추측할 수 있는 과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뛰어난 영상미가 느껴지는 섬세한 필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한동안 나는, 기욤 뮈소의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듯 하다.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가벼운 연애 이야기를 선호하던 나에게, 그의 작품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거대한 힘..사랑!! 나는 기욤 뮈소의 필체를 통해서 사랑의 마력을 다시금 깨달아 간다.
(글 내용 중 일부는 ’당신 없는 나는?’ 본문에서 인용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