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들리는 동시집 - 소리를 시늉 낸 말, 모양을 흉내 낸 말
이상교 지음, 박지은 그림 / 토토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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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한 개에서 나무의 눈이 트입니다.
나무는 바람과 햇볕과 비를 맞아 가지를 뻗고 쑥쑥 자랍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납니다.
아기는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쑥쑥 자랍니다.

나무가 자라고 아기가 자라면서 나무와 아기의 말도 쑥쑥 자랍니다.
아기의 말은 나뭇가지로 날아가 한들한들 잎사귀가 되고 싶습니다.
꽃으로도 열매로도 매달리고 싶습니다.

더 먼저 잎사귀로 돋아납니다. (시작하는 글에서 발췌)

시작하는 글이 동시같습니다. 잎사귀 하나 매달린 앙상한 가지가 보입니다. 아이의 말이 자라면서 앙상한 가지는 풍성하게 잎을 피어낼 것입니다. 맑은 마음을 가진 예쁜 말로 말입니다.
요즘 신조어와 비속어들로 어린 아이들도 예쁘지 못한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놀라운 흡수력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아이답지 않은 언어들이 아이들의 깨끗한 마음마저 헤칠까 걱정이 됩니다.
아름다운 말로 쓰여진 동시와 동요들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동시를 수놓은 예쁜 말들은 순수하지 못한 어른인 저조차도 깨끗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나라 말은 참 예쁩니다. 이 책속에는 다양한 표현력을 구사할 수 있는 예쁘고 귀엽고 통통 튀는 단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읽는내내 입과 귀를 맑게 해주는 거 같아요.

식탁

후룩후루룩
뜬끈뜨끈 무국.

깍둑깍둑
알맞에 익은 깍두기.

똑똑 딱딱
젓가락질.

식탁은 한상 가득 차려놓고는
꿀꺽꿀꺽 침만 삼켜요.


동시 하나하나마다 흉내 내는 말을 담아내고 있어, 아이들의 표현력이 쑤~욱 향상되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시한 일조차도 흉내내는 말과 함께 특별한 듯 묘사되고 있어요.
아이들이 흉내 내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말 할때마다 나뭇가지는 잎사귀를 피웁니다. 아이들도 함께 자란다는 뜻이겠죠?
모양, 소리, 색깔, 냄새, 감촉까지 표현할 수 있는 흉내 내는 말은 아이들의 어휘력을 더 풍성하게 자라게 합니다.

내 동생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를
보면서
깔깔 웃다
떼구루루.

나는 그런 동생을 보고
키득키득 킥킥!

엄마 아빠는
우리 둘을 보고
빙긋 웃으신다.

텔레비전

와글와글
왁자지껄 떠들썩
텔레비전.

하하!호호!
시끌시끌
텔레비전.

텔레비전을 끄자
우리 식구 목소리가 들려요.
두런두런 종알종알.

웃는 소리도 여러가지로 표현할 수 있는 예쁜 우리 말을 듣다보면, 어휘력뿐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표현력도 자랄 듯 합니다. 나무가 푸르른 잎사귀로 풍성해진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풍성하게 자랄 듯 싶어요.
동시는 항상 마음을 순수하게 해주는 거 같아요. 아이와 즐겁게 동시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제 마음이 깨끗해지는 듯 합니다.
주제별로 나뉘어진 동시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예쁘고 톡톡 튀는 흉내 내는 말들의 힘이 아닌가 싶네요. 책 제목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제사 깨달아 봅니다.

(사진출처: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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