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블링 - 쇼핑보다 반짝이는 청담동 연애이야기
정수현 지음 / 링거스그룹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29살의 크리스마스...나는 그날 무엇을 했었는지 잠시 떠올려본다. 7살이였던 큰 아이와 이제 막 7개월을 넘어선 작은 아이와 함께 남편과 조그만 케이크를 사서 조촐한 파티(?)를 했던 듯 싶다. 남들은 아홉수가 되면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고 했지만, 그때의 나는 29살을 너무도 바쁘게 보냈기에, 그런 기분을 느껴보지도 못한 채 서른을 맞이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들의 사랑에 대한 고민과 이별의 아픔 등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에 대해 살짝쿵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 내가 해보지 못한 일로 인한 그녀들에 대한 동경 때문일 것이다.
그녀들이 [섹스 앤 더 시티]의 그녀들을 동경하듯이 말이다.

블링블링(Bling Bling)은 힙합 분야에서 나온 신조어로, ’반짝거리는’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화려함, 사치스러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바로 블링블링하다. 한 편의 로맨스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랑에 대해, 그리고 이별의 아픔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화려하고 약간은 사치스러운 듯 보이는 그들의 삶이 약간은 코미디같다는 느낌도 든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은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화자 정시현으로 인해 자칫 가볍게 읽고 덮어버릴 뻔 할 소설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고 재미있는 읽을 수 있는 연애소설...딱 내 스타일이다. 또래보다 일찍 결혼을 하고, 연애 경험도 그닥 많지 않아서일까? 그들의 이야기가 부럽고, 질투나고, 그래서 나는 당당한 신지은이 되었다가, 핫(hot)한 윤서정이 되었다가, 우정과 사랑을 아는 그녀 시현이 되어보기도 한다. 

신지은- 명품브랜드 PR매니저, 사랑도 물건도 남자도 명품만을 사랑하는 그녀, 사랑이 아닌 명품의 조건만으로 결혼을 택했다가 이혼을 목적으로 별거를 시작했다.
윤서정- 일어학원의 원장, 롤러코스터처럼 와일드한 섹스 라이프를 즐기는 그녀, 10살 어린 아이에게 모욕을 당하고 이별을 한다. 
정시현- 소설가 겸 연애 칼럼니스트로 6년동안 사귄 애인에게 자신과의 섹스가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이별 통보를 받는다.

소위 잘나가는 20대 후반의 세 명의 친구가 동시에 이별을 하게 되고, 무작정 홍콩으로 여행을 떠난 그녀들은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근사하게 보내기 위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크리스마스날 최고로 근사한 남자를 데리고 온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 주기~!! 이야기를 화자 시현을 통해서 이끌어나간다. 지은,서정이 만나는 남자들의 이야기와 홍콩에서 돈을 빌리게 된 남자 이정민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를 게임의 후보로 찜하게 된다.
홍콩 싸가지에서 점차 정민씨가 되어가고, 그리고 사랑을 하게 되는 시현의 심리상태가 잘 묘사되어 있는 듯 하다.
성과 사랑 그리고 일에 대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가볍게 그러나 진실되게 묘사되어 칙릿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새로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힘든 일에 기.꺼.이 빠지고 싶어한다.’

한동안 [섹스 앤 더 시티]를 재미있게 본 때가 있었다. 우리와는 다른 그녀들의 쿨하고도 핫한 생활 모습이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감히(?) 우리는 할 수 없는 일들이 그녀들에게는 자연스럽다.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그녀들에 대한 동경때문일까?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한 대리 만족일까? 어쨌든 나는 그녀들의 생활을 부러워하며 한동안 그 드라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책 속 주인공들을 그렇게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내가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성공, 그리고 젊음에 대한 자유로움, 쿨하고도 핫한 그녀들의 모습은 내가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질투심때문이다.

결혼한지 만 12년, 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연애’가 하고싶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녀들의 사랑이 블링블링하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설레임을 주는 그녀들의 당당하고 발랄하고 즐거운 연애가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정민과 다시 나타난 전 애인 강건우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현에게 19살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서른이 되기 전에 고민이 많아. 어릴 때는 누군가와 이별을 하면 그 이별에 대해서만 슬퍼하면 되지만, 우리 나이 때는 생각할 것들이 많아지거든. ’그 사람 없이 어떻게 살지?’ 보단 ’난 이제 누구랑 결혼하지?’가 먼저 떠오른다니, 웃기지 않아?"

"전 그런 걱정은 하지 않겠네요. 이미 결혼했으니까."
"처음에는 제가 내린 결정에 후회도 많이 했어요. 근데 후회해도 이미 일어난 일인데 어떻게 해요? 열심히 살아야죠. 근데 하나 아쉬운 일은, 이제 제 나이에 맞는 고민들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또 언니 나이가 다가오면, 언니가 지금 하는 그런 고민이요. 결혼과 연애 사이의 갈등? 전 그런 고민은 앞으로 쭉 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전 언니가 부러워 보여요.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고 있잖아요."


나 역시 그녀들의 사랑이야기에 부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일찍한 결혼에 가끔 후회도 하고, 그녀들이 하는 것처럼 29살의 나이에 걸맞는 고민도 해보고 싶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내 사랑’은 이렇게 행복하다는 것을 19살 소녀에게서 배운다.
아~!! 정말이지 즐겁게 유쾌한 이야기였다. 내가 딱!! 좋아하는 연애소설이였고, 내가 동경하는 여자들의 삶을 본 듯하여 즐거웠다.
나는 여전히 [섹스 앤 더 시티]와 [블링블링]의 그녀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할 것이다. 그러나 내 사랑에 후회는 없다.
나는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내 나름대로의 블링블링한 사랑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 출처: ’블링블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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