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였는데, 이제사 책을 읽게 되었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 ’때문에’라는 단어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 후회 등을 담아내고 있다. 반전의 의미도 있는 듯 하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말 중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자’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말과는 상반되는 이별이라는 말을 담아내고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반전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 말하는 ’때문에’는 어떤 의미로 담겨져 있을까?
가장 주목받는 작가 기욤 뮈소의 작품은 아쉽게도 나는 처음 읽어 보았다. 그의 작품이 연이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이유를 나는 이 한 작품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지지부진한 내용의 전개가 아닌 빠른 전개로 읽는 내내 숨쉴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을 주는데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마저도 그려지는 글은 독자들을 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글의 전개와 구성이 다채롭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차로들에 신호등이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고전적 미모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니콜과 눈에 초점이 없고, 얼굴에는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어 성한 곳이 보이지 않은 검은색 라브라도르 강아지와 하수구 밑에서 사는 노숙자 마크. 이 둘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물이 맨홀에 빨려들어가듯 빠르게 전개되어가기 시작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니콜과 마크는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딸의 실종으로 그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자신의 친딸도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딸을 사랑했던 마크는 딸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삶을 등진 채 하수구 밑으로 들어가 살아왔던 것이다.
5년 전 마크는 죽마고우이자 동업자인 커너 맥코이와 함께 명성이 자자했던 신경정신과 의사였지만, 딸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고, 마크의 삶은 딸 라일라가 실종된지 2년이 지난 2002년 3월 23일을 기해 멈춰버렸다.
"당신은 정신과의사야.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잖아?"
"난 내게 주어진 고통을 극복하고 싶지 않아. 라일라가 내게 남긴 고통이라면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거야. 한 순간도 아이를 잊은 적이 없어. 유괴범들이 아이를 어떻게 했을까? 지금쯤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라일라는 죽었어."
커너는 새롭게 선보인 파격적인 치료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우울증의 생물학적 원인을 분석하는 분야에서 선구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커너는 크리스마스 날 자신의 가방을 훔치려던 에비 하퍼를 만나게 된다. 외면적으로는 강하고 결의가 넘쳐보이지만, 내면은 금방이라도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 같은 힘든 상태인 듯 보이는 에비는 커너 자신을 보는 듯 했고, 커너는 에비를 도와주려한다.
복수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려는 에비, 어린시절 자신에게 치명적인 화상을 남겼던 이들을 죽이고 뉴욕으로 도망친 커너 자신.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복수하기 위해서."
"복수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어. 그 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절대 죽여선 안 돼."
그렇게 에비를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던 커너에게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하는 또다른 여자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몸값 10억 달러짜리 코카인 중독 매춘부라 알려진 앨리슨이였다.
니콜로부터 라일라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마크는 병원에 있다는 라일라는 데리러 가기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떠났지만, 함께 동해하지 않는 니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훌쩍 커버린 라일라를 데리고 다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장에서 마크, 에비, 앨리슨은 같은 비행기 안에서 만나게 된다. 세 명 모두 고통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나게 되고, 마크는 앨리슨을 통해서 정신과의사였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의사를 죽이려했던 에비에게 자신와 커너의 과거를 들려줌으로써 에비의 상처를 다독여준다.
말을 하지 못했던 라일라는 에비를 통해서 말문을 열게 되고, 마크는 아내 니콜과 라일라가 그동안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니콜과 커너의 알 수 없는 메일을 통해 점점 커져가는 의혹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비행기 안에서 그들은 과거의 일들을 털어 놓게 되고, 자신의 마음 속에 담겨진 상처를 끄집어 냄으로써 상처들과 대면하고 있었다.
"용서받지 못할 일은 없어요. 다만 인생에서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있을 뿐이죠. 당신이 이 세상의 고통을 다 짊어지겠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요. 그런다고 아이가 다시 살아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말은 제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아요."
"지금 당신을 위로하려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앞으로도 그 일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겠죠. 하지만 당신의 인생이 모두 끝난 건 아니잖아요. 세상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속죄하는 심정으로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줄 수도 있겠죠. 사회사업이나 구호사업을 벌일 수도 있어요.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아요. 과거에 갇혀 살지 말아요.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적이 있을 수도...."
"고통도 전혀 쓸모없진 않아요. 우리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니까요."
이들의 고통점이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들은 ’커너’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가 쉴새 없이 진전되고, 커너와 니콜에 대한 의구심으로 페이지를 넘겨가는 동안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긴장감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나는 섬뜩함을 느꼈다.
누구나 마음 속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누군가로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우리는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껴안으며 과거에 얽매어 살아간다. 후회를, 아픈 기억으로부터 나와 타인을 용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 명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떠안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그들은 그렇게 다른 길을 찾는 법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읽어보라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 안의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놀라움으로 다가설 것이다. 숨 쉴틈 없는 긴장감, 놀라운 반전이 기막히게 진행되는 책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놀라운 영상미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글 내용 중 일부는 ’사랑하기 때문에’ 본문에서 인용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