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고개 비룡소 전래동화 9
소중애 글, 오정택 그림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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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멋이 그대로 느껴지는 멋진 그림책 한권을 만났습니다. ’비룡소 창작동화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 편인데, 처음 접해보는 『비룡소 전래동화』시리즈도 삽화와 내용 모두 퍽 마음에 듭니다.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수묵화의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요즘은 화려한 색상과 서양기법이 담뿍 담긴 그림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이렇게 한국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림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특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듯 싶네요.
더욱이 ’옛이야기’라는 내용면에서도 수묵화 기법의 삽화는 아름다운 어울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페이지를 펼치자 한지의 느낌을 살린 종이의 재질이 편안함을 주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상이 아닌 은은함을 살린 한지의 매력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수묵화로 그려진 그림들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붓 터치 하나하나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으며, 잘 보이지 않는 나무의 결이나 지붕의 기와에 그려진 삽화는 고풍적인 느낌을 한껏 살린 듯 합니다.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구어체로 담겨진 이야기는 운율이 느껴지는 반복적 문구로 인해 맛깔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헌 누더기 가시 적에
까막까치 말한 적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깊고 깊은 산골에 사는 총각은 하루는 나무를 하고, 하루는 나무를 팔면서 가난하지만,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머니 드시라고 장에 가면 생선 사다 구워 드리고, 어머니 기쁘시라고 봄 여름 마당에 꽃을 가꾸었고, 어머니 입맛 다시게 해 드리려고 가을이면 이 산 저 산 다니며 머루, 다래 개암, 으름을 그득그득 따다 드렸으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서 방에다 뜨끈뜨끈 불을 때었습니다. 
그러던 무더운 여름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간 총각은 목이 말라 ’작은 옹달샘 하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그때 뽀골뽀골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가보니, 얼음처럼 차갑고 머루처럼 달콤하고 박하처럼 향기로운 단물이 있었습니다.
총각이 이 단물을 팔기 시작하면서, 점점 돈에 대한 욕심을 생겼고, 어머니에게도 소홀하게 되었답니다.
더 많은 단물을 얻으려던 총각은 단물이 콸콸 솟아나게 하기 위해, 단물 샘을 팠지만 단물은 땅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옛 이야기가 주는 교훈 중 하나인 ’욕심을 부리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단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땅을 파고, 어머니를 돌보지 않았던 총각이 끝내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효자인 총각에게 내려졌던 ’단물’ 이라는 선물은 욕심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았네요.
’단물’은 총각을 시험한 달콤한 유혹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평범한 물이였다면 총각은 팔 생각도 하지 않았을테고, 욕심을 부리는 일도 없었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이렇게 달콤한 유혹들을 많이 접하게 된답니다. 아이들에게 총각은 욕심을 부리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성실했다면 총각은 맛나고 달콤한 물을 오랫동안 마실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재미난 이야기 속에 담겨진 교훈이 멋스러운 삽화와 어우러집니다. 한국의 멋과 한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싶네요.

(사진출처: ’단물 고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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