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키스 뱅 뱅!
조진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만큼은 본인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게다. 모든 사랑이 좀더 쉽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마음이 내 마음대로 조절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상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다. 
[키스 키스 뱅뱅!]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좀 모호하다. 분명 사랑,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일텐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키스 그리고 뱅뱅? 상당히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책에서는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라는 작품이 자주 인용된다. 누구나 한번 즈음은 봤을 법한 작품인데, 최근 출간된 ’풀밭 위의 식사’라는 책 표지에도 살짝꿍 인용된 작품이기도 하다. 미술 작품에는 아는 바가 없어,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 책 속에서는 삼각관계 아니 얽히고 섥힌 4명의 남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도발적인 여자의 시선 뒤쪽을 자세히 보니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여자였다. (중략) 발가벗은 주인공 여자를 질투할 수도 있고, 그 두 남자 중 한 사람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여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전적이면서도 음란했고 밝으면서도 쓸쓸한 그림이었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이라고 했다. (본문 39p)

이 부분을 읽다보니, 이야기의 대략의 맥이 짚어진다. 그랬다. 이 책 속에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25살의 삼류 모델인 나현창, 33세의 스타일리스트인 민서정, 34살 소설가인 정기안 그리고 그림의 뒷쪽에 존재하는 여자 역을 맡은 33살의 네일 아티스트인 조희경이 그 주인공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현창→서정→기안→희경 순으로 각자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를 순서대로 이끌어 간다.
각 장마다 주인공이 되는 인물들을 통해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린시절의 상처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 과거의 상처는 바로 현재의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델이 되고자 했던 나현창은 오디션에서 그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를 통해서 오디션에서 낙방을 한다. 바에서 매니저를 하던 현창은 그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여자의 친구로부터 제안을 받고 그들만의 거래가 시작된다.

- 몸이 아니라 마음을 차지해주세요.... 현창 씨가 아니면 안 되게 만들어주세요. (31p)

그들의 거래 속에 그 여자인 민서정은 사랑하는 기안에게 이별 통보를 받게 되고, 기안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서정은 현창과 새로운 거래를 하게 된다. 그렇게 서정의 애인이 되어 현창은 기안과 함께 동거를 하게 된다. 그들의 미묘한 갈등 속에 희경은 서정을 위로하는 척하면서 기안에게 다가선다. 사랑이 아닌 듯, 그저 서정과 기안이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만을 가진 척 다가서는 희경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랑에 아파하고 절망하고 또 시기하는 절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릴 때 받았던 상처가 현재의 사랑 속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 엄마와 단둘이 살던 현창은 늘 새로운 애인과 데이트를 하던 엄마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홀로 밤을 새웠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모델의 길을 들어선 현창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절대 사랑할 수 없을 거 같은 인물로 보여진다.
부유한 집안의 서정은 자상한 아빠와 엄마로 인해 행복하다고 느꼈지만, 아빠와 엄마 친구의 외도를 본 후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고, 기안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육체적인 관계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녀가 가진 과거의 상처는 현재의 사랑에 그렇게 표출되어져있다.
동생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기안에게도, 가난으로 힘겹게 살던 엄마의 모습으로 힘겨운 희경에게도 그들은 각자 자신이 가진 과거의 상처로 현재를 살아간다.

-Kiss Kiss Bang Bang? 제목이 특이하네요. 근데 무슨 뜻이죠?
-글쎄. 거기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
-키스 키스는 키스를 하는 거고, 뱅 뱅은 총소리니까...
-총소리만큼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 아마도?
-키스를 하는 두 사람이 나중에는 서로의 시장에 총을 겨누는 사이가 된다? 아마도?
(본문 88,89p)

총을 겨누는 사이란 어떤 사이일까?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상처는 남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결국 서로 총을 겨누는 사이가 되는 걸까?
사랑은 참 모호하다. 키스 키스 뱅뱅이라는 책 제목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현창, 기안, 서정 그리고 희경 이들 주인공이 가진 상처와 사랑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 나는 그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마음대로 정해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랑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사랑을 해왔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랑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그 사람입니까?
-......그런 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자기가 정하는 게 아니다, 친구 애인을 뺏으려는 사람의 말치곤 꽤 애절하고 거창한데.
(본문 233p)

내가 정하는 게 아닌 사랑. 이들 주인공은 모두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게다.
불륜이라 욕하는 사랑도, 친구의 애인과의 사랑도, 이상형이 아닌 사람과의 사랑도...우리는 스스로 정하지 못하는 사랑에 빠져 있다.
그래서 사랑은 늘 모호하고 결국은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상처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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