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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연인들 1
나자혜 지음 / 가하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사춘기 시절, 텔레비전에 출연한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을 넋놓고 바라본 적이 있다. 그의 사진을 모으고, 사진 속 그를 바라보면서 하이틴 로맨스에서나 가능할 법한 멋진 로맨스를 꿈꾸어 보기도 했다. 누군가를 향한 동경이 사랑으로 연결된다면 나는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 책을 읽다 사춘기 소녀시절에 사랑을 꿈꾸던 풋풋한 감정을 들추어 보게 되었다.
로맨스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여주인공이 된 듯 설레이고 행복해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는 ’우혜린’이 되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석주의 연인이 되어 그를 바라 보았다. 그가 가진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픈, 그의 아픔을 분담하고픈 연인의 마음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풋풋한 설레임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우혜린 한석주 부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실화적인 느낌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문구가 책을 읽기도 전에 애뜻함을 느끼게 한다. 실화는 왠지 더 슬프고, 왠지 더 설레이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다. 그 끌림에 이끌려 그들의 사랑을 엿보면서 나도 모르는 안타까운 한숨을 짓기도 하고, 그들의 애정 행각(?)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한석주’의 캐릭터는 드라마 ’올인’에서의 배우 이병헌과 조금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자는 나쁜 남자에 끌리다고 하던가? 한석주는 나쁜 남자의 이미지와는 조금은 다르지만, 거침없는 성격이 매력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려는 듯 애써 강한 척하는 석주는 연인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약한 남자이다. ’사랑해’라는 말을 말하지 못하는 남자, 하지만 마음 속에 넘치는 사랑의 감정을 소유한 남자 한석주.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픈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독자가 있을런지....
체스 세계 챔피언 레오 한. 한국계 미국인. 한국명, 한석주.
열여덟 살의 혜린은 세계 랭킹 2위인 호로비치가 석주와의 대결에서 기권을 선언하는 장면을 보고 또 본다. 블랙을 선호하는 취향과 공격적인 게임 스타일 때무에 ’블랙 레오’라는 별명을 가진 레오를 혜린은 스케치북에 옮겨 그렸다.
이번 혜린의 생일날은 대학 졸업과 대학원 합격을 축하하는 자리로, 아빠 혁진은 혜린을 위해서 한석주를 초대했고, 혜린과 석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혜린은 자신과 생일이 같은 석주를 위해서 수줍게 선물을 내밀었으나, 석주는 혜린을 자신에게 접근하던 여자들처럼 치부해 버렸고, 눈물 짓는 혜린은 평생 미워할 거라는 말을 쏘아 붙이고 준비한 선물을 내던지고 가버린다.
그 후 5년,
23살이 된 혜린은 미네르바 프로젝트 리더로 일하던 중 석주와 재회를 하게 된다. 미네르바와의 대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석주는 프로젝트 리더인 혜린의 사진을 보고 대결을 승인했으며, 혜린과의 협상을 요구하게 된다.
그렇게 혜린과 석주의 로맨스는 시작되었다. 무뚝뚝하고 거친 석주의 캐릭터 상 알콩달콩 즐거운 데이트를 볼 수는 없었으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석주의 안타까운 마음은 사랑을 더욱 깊이있게 느끼게 했다. 살기 위해 시작한 체스였기에 체스에 관해서는 무서우리만치 독한 감정을 가진 석주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깊다.
이 책은 혜린과 석주의 로맨스가 전부는 아니다. 미네르바 프로젝트를 둘러싼 음모가 진행되고 있고, 이 불안은 혜린과 석주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다. 할아버지처럼 혜린을 챙겨주는 회장의 묘한 움직임, 석주를 키워 낸 빅터 왓슨, 그리고 석주에게 밀려 난 빅터 왓슨의 아들 오스카.... 혜린과 석주를 이용한 묘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음이 느껴진다.

’다치지 마’
’그게 마음대로 돼요?’
’그래도 다치지 마’
’그런 말을 할 때는 좀 다정하게 해요’
’네가 꼭 다쳐야 한다면 나 때문이었으면 좋겠어.’
’그래, 혜린이 인심 썼다. 석주 씨를 위해서라면 대신 다쳐주죠. 목숨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날 위해서가 아니라 나 때문에.’
’’위해서랑 ’때문에’가 어떻게 다른데요?’
’날 위해서 다쳐줄 사람은 구할 수 있어. 그런데 나 때문에 다치는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지.’ (216~217p)
애절함이 묻어나는 석주의 마음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음모의 시작을 알리면서 1권이 막을 내렸다.
그들의 사랑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석주...외로운 사람....아픈 석주에게 또 다른 생채기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