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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 ㅣ 푸른숲 작은 나무 3
노경실 지음, 이상권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간혹 큰 아이에게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13살 밖에 안됐으면서 멀 안다고 그래?" 혹은 "13살이나 됐으면 니가 알아서 해야하는거 아니야? 이제 너도 다 컸는데.." 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다. 이 말은 13살이 된 현재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가끔씩 내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 내 아이를 다 컸다고, 혹은 아직 어리다고 판단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내 편리에 의한 기준이 아닐까 싶다. 나의 필요성에 의해서 아이를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내 아이를 내 편리에 따라 다 큰 아이로, 혹은 아직 철부지 아이로 판단하여 말한다.
열 살이 된 희진이의 행동은 아직 아이같으면서도, 마음 씀씀이는 어른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는 아이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지식이나 마음은 어른 못지 않을때가 있다. 열살 무렵에는 자기 주장이 뚜렷해지고, 그 주장을 과감하게 표출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모습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희진이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내 아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10살 즈음의 아이들 모습을 사실적으로 과감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자신을 슬프게 하는 엄마를 새엄마라 생각하는 희진이는 엄마와 닮은 오른쪽 귓볼의 점과 가족이 모두 닮은 아빠의 우물 배꼽때문에 진짜 가족임을 느끼곤 한다. 엄마의 잔소리에 못 이겨 빨리 결혼하고 싶은 희진이, 두 남동생 때문에 좋은 옷 한벌 입지 못하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은 가득하다. 엄마와 희진이의 의견 충돌로 희진이에게 엄마의 노란 양말이 내려쳐도 희진이는 행복하다.
왜냐하면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황당무계한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엄마 아빠를 위한 마음이 잘 못 전해져서 엄마에게 오해를 받고 혼이 나지만, 희진이는 그래도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열 살인 희진이는 어른들의 세계를 알듯 말듯 하다. 어른들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듯 말듯 하다. 희진이와 엄마의 알콩달콩 전쟁은 우리 집을 보는 듯하여 읽는내내 즐거울 수 있었다. 내가 혹시 아이를 오해한 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이의 마음을 오해하여 괜한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희진이의 엄마와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열 살....이제 막 사회생활에 익숙해져가는 아이들은 아직은 어설픈 존재이다. 공주를 꿈꾸고, 한 달에 한 번의 멋진 결혼식을 꿈꾸는 희진이는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지만, 꿈이 있어 행복한 아이인 듯 보인다.
내 아이는 이제 열살의 어설픈 나이를 넘어서 13살이 되었고 스스로 어른이 된 듯 행동하지만, 내 눈에는 아직은 귀여운 아이인 듯 하다. 나는 희진이를 보면서 비로소 느꼈다. 내 아이가 빨리 어른이 되어 스스로 모든지 척척척 해내는 어른이 아니라, 꿈이 있어 행복한 아이로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철부지 열 살의 희진이가 내게 가르쳐 준 셈이다.

(사진출처: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아이’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