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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
줄리어스 레스터 지음, 김중철 옮김, 김세희 그림 / 검둥소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의 이력이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운동을 했고, 흑인들과 삶과 역사, 정치문제에 관심을 많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줄곧 써 온 작가는 [자유의 길],[인종이야기를 해볼까?] 라는 책을 썼다. 이런 이력을 가진 작가가 노예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 낼지 무척 궁금하다.
절망과 슬픔과 삶의 그늘만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표지 그림은 노예인 그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 자유와 생각을 빼앗긴 그들에게 웃음은 어쩌면 사치였을 것이다. 표지의 슬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책을 펼쳤다.
연극의 대본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공간 속에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이 지문으로 등장하고, 생각이 독백처럼 담겨져 있다.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연극 무대를 상상한다. 주인공 엠마를 둘러싼 인물들을 따라 버틀러 농장과 헨필드 농장으로 그렇게 무대를 상상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공유하였다. 그 상상을 통해서 나는 엠마의 슬픔과 아픔을 느꼈다. 사람 위에서 군림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악행이 무섭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가 실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1859년 3월 2일과 3일에 미국 역사상 최대의 노예 경매가 조지아 주 사바나에서 있었는데, 7억 원에 가까운 돈을 주식과 노름으로 잃었던 피어스 버틀러가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노예 429명 (혹은 436명으로 전해진다)을 팔았다.
경매가 시작되면서 이틀 동안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고, 경매가 끝나자마자 비가 그쳤다고 하여, 그 경매를 "눈물의 시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건 비가 아니야. 하나님의 눈물이지."
노예폐지론자였던 버틀러의 아내인 패니 켐블이 집을 나간 후, 버틀러의 두 아이 프랜시스와 세라를 돌봐준 것은 엠마였다. 엄마의 성향을 닮은 세라와 아빠를 닮은 프랜시스는 노예에 대한 생각마저 각각의 부모를 닮아있었다.
엠마의 엄마 매티와 윌은 어린시절부터 버틀러와 형제처럼 자랐고, 버틀러는 유모였던 엠마의 엄마에게 키워졌다.
버틀러에 의해 딸 엠마가 노예 경매에서 팔리게 되자, 매티와 윌은 심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한편 헨필드 농장으로 팔려간 엠마와 그리고 후에 엠마의 남편이 된 조는 그곳에서 ’자유’를 찾아줄 수 있다는 헨리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자유를 찾아 신시네티로 가게 된다. "주인님" 이나 "주인마님" 이 아닌 "아저씨" "아가씨""아줌마" 불러 주기를 원하는 백인들이 있는 그곳에서 패니 켐블을 만나게 되고, 도망친 노예를 붙잡아 다시 노예를 팔 수 있는 미국의 새 법을 피해 패니 켐블의 도움을 받아 캐나다로 또 다시 도망을 가게 된다.
마지막 장은 엠마의 독백으로 막을 내린다. 엄마 아빠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경매에서 팔려졌던 자신을 걱정할 엄마와 아빠에 대한 그리움, 노예를 자유롭게 해 줄 전쟁에 참가한 남편 조의 죽음 등에 대해 손녀달 제시 메이에게 이야기한다.
이 삶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거란다. 고통 받는 사람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면, 착한 마음씨를 지닌 거란다. 160p
자신이 경매에서 팔렸을 때 슬프게 울던 버틀러의 딸이였던 세라를 기억하면서 엠마는 자신의 딸의 이름은 세라라고 지었다. 그리고 엠마는 말한다. 백인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악은 아니었다고 말이다.
책 속에는 경매부분을 묘사해 놓았다. 번호 347 - 톰 22세, 목화 일꾼 130만 원에 팔림 ....
이 글귀를 읽어내려가면서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연극의 무대가 바뀌면서 "막간극"을 통해서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의 독백을 읽게 된다. 노예제도가 있는 남부의 생활 방식이 깨지는 모습을 속터져 하는 주인, 백인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평생 먹고 자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노예 샘슨 등의 이야기는 자유를 갈망하는 엠마와 조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었다.
이제 노예제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난 역사 속 노예 이야기를 들추어 내는 것은 그들의 자유를 향한 열망과 노력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역사는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다. 우리가 역사를 들추어보지 않는다면 역사 속의 오점들이 다시 미래에 야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현실 앞에서 역사에 대한 감사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물의 시간]이 다시 재생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그들의 만들어낸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다.

(사진출처: '버틀러 농장의 노예, 엠마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