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아빠와 까칠한 아들 - 아빠와 함께 걷고 싸우고 화해하는 배낭여행 300km 동화책 읽는 거인 7
뱅상 퀴벨리에 지음, 김준영 옮김 / 거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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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딸아이와 팔짱을 끼고 인사동 거리를 배회했다. 원래 목적은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였지만, 그보다는 인사동 거리를 걸어 다니며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직장을 다닌다는 핑계로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지 못한지 꽤 된 듯 했는데, 다리는 아팠지만 걸어다니면서 학교친구와 선생님, 연예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소중했으며, 그동안 이런 시간을 자주 갖지 못했던 것에 미안하고 후회스럽기도 했다.
두 사람이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여 걷는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벤자민의 엄마 아빠는 어릴 때부터 따로 살았기 때문에 벤자민은 아빠와 대화를 나눈 기억이 별로 없다. 가끔 아빠의 집에서 밥을 먹을 때면 동물의 왕국을 보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벤자민에게 300km를 걷는 배낭여행을 제안한다. 처음부터 가고싶지 않았던 여행길이였기에, 배낭의 묵직함도 싫었고, 불편한 잠자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두 사람의 배낭 여행이 순탄치만은 않다. 모든지 마음대로 하려는 아빠에 대한 원망을 가진 벤자민과 벤자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아빠와의 갈등은 기여이 곪았던 상처는 터져버린다.

어른들은 항상 그게 문제다. 고지식한 생각으로 제멋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 말이다. 우리는 얼굴을 맞대고 서로 노려보았다. (본문 102p)

힘든 도보 여행에서 각자의 곁에 존재하고 있는 서로에 대해 의지하고, 원망을 풀어내면서 그들은 서서히 가까워지게 된다. 무서운 개에게 쫓기던 중 아빠가 도와주는 꿈을 꾸면서 벤자민은 자신을 지켜줄 아빠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된다.

사실 이번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아빠와 나와의 사이가 우리가 걸어온 길만큼이나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니예요. (본문 124p)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의 목소리는 간혹 ’나는 지금 사춘기예요’ 를 말하는 것처럼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변하곤 한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맞다. 책 제목처럼 정말 까칠하기만 한 딸이다. 조근조근 말할 줄 모르는 엄마인 나 역시 까칠해서인지 우리 모녀는 간혹 투닥투닥 다툼을 한다. 아이는 어른들은 제멋대로라고 말하는 듯 하고, 나는 제멋대로 하려하는 딸을 내 마음대로 해보려고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어린시절의 애정 표현은 점점 사그러들고, 엄마의 말을 듣던 아이는 이제 자신의 주장대로 하려고 한다. 그것이 아이와 나 사이에 생긴 갈등인 듯 하다. 그 갈등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대화]라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딸아이와 다정한 데이트에 맞추어 접하게 된 [못 말리는 아빠와 까칠한 아들]은 나와 딸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벤자민이 300km라는 긴 여정을 걷고 걸어서 간 목적지는 아빠의 마음이였던 것처럼, 나와 내 아이의 목적지 역시 서로의 마음이 될 수 있도록 둘만의 시간을 자주 가져보려 한다. 
인사동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내 어깨에 기댄 딸의 모습과 아빠에 기대어 잠든 벤자민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진다.
행복은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진출처: '못 말리는 아빠와 까칠한 아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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