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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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처음 접한 이후, 나는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웃음 속에서 묻어나는 진지함이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오쿠다 히데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표지에서부터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우리 집에 놀러 오실래요? 흐흐흐.....

여섯 가족의 짜릿하고 유쾌한 이야기! 라는 문구가 책을 본 순간부터 묘한 흥분을 갖게 만든다. 불가 한장을 읽으면서 나는 ’역시~ 오쿠다 히데오’ 라는 표현을 썼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탈출을 꿈꾸는 우리의 인생을 유쾌함으로 묘사하여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공중그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 이번에는 삶의 방식을 은근슬쩍 꼬집어내고 있다. 그저 재미만을 추구하고 읽기에는 그의 작품에는 우리의 현실이 보이고, 삶이 보인다. 그만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리라.

여기저기 사람들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나부터도 그렇다. 삶이 불만족스럽지는 않으면서도 먼가 모를 아쉬움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언제 감원될지 모르는 불안한 직장생활에 의한 한숨도 그렇지만, 연애시절의 스파크는 사라진 채 긴장감 없이 그저 무난하게 살아가는 부부에게도 한숨은 나온다. 경제적으로도 가족관계에도 모자랄 것 없지만 그래도 뭔지 모르는 한숨은 늘 우리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왜 그런걸까? 무엇이 우리는 그렇게 한숨짓게 하는 걸까?
누구나 해피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무엇이 모자른지 모르지만, 먼가 부족한 느낌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알고 있었던 걸까? 우리가 무엇에 한숨짓고 있는가를?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말이다. 그리고 깨달아간다. 일상의 탈출 속에서 느끼는 현재의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42살의 야마모토 노리코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부였다. 옥션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일상과는 다른 탈출구를 찾았다. 구매자의 칭찬과 구매자들의 수에 따라 짜릿한 흥분을 느끼던 그녀는 점점 예뻐지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고 남편의 애지중지하는 물건까지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생일을 맞이한 노리코는 아이들의 꽃다발과 남편의 관심이 더 행복한 일임을 알게 된다. 점점 경매가격이 올라가는 남편의 턴테이블을 되사는 그녀는 일상의 탈출의 묘한 흥분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가족과의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된 것이다.

각자 다른 두 사람이 모여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었다. 그러나 부부가 되면 서로 다른 취미는 누군가의 양보(?)로 인해 사라지게 마련이다. 다나베 마사하루는 아내와의 별거로 혼자 살아가게 되면서 자신이 잊고 살았던 취미와 취향을 되찾아 간다. 별거 중인 아내 생각은 전혀하지 못한채 말이다. 총각시절에 누렸던 그 자유를 누리면서 행복을 찾아가던 마사하루는 아내와 통화하면서 느낀다. 빈 자리의 소중함, 함께하는 ’집’의 소중함을 말이다.

요즘 회사의 파산과 부도가 생겨나면서 남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집안일은 여자의 전유물이였다는 사고방식이 점점 바뀌면서 부인은 회사로, 남편은 가사일을 하며 역할이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36살의 유무라 유스케처럼 말이다.
회사의 파산으로 하루아침에 무직자가 된 유스케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맡게 되었다. 남들은 무직자라고 걱정하지만 유스케는 식사 준비를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그리고 아이를 돌보면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행복을 느낀다. 

이 외에도 <<오 해피 데이>> 속에는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가족들이 보여진다. 그들은 지금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일수도 있고, 혹은 이웃집의 모습일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짜릿한 탈출을 감행하고 싶어하는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잠시 잊었던 내 모습과 내 가족을 살펴보게 된다. 그 속에 짜릿한 행복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우리 주변사람들이 갖고 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행복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유쾌함 속에서 진지함을 이끌어내는 그의 독특한 발상과 글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오늘도 즐거운 독서로 나를 이끌어 내었다.


우리는 꿈꾼다. 늘 행복한 나날을....
우리는 잊고 있다. 우리는 늘 행복했음을...

오!! 해피 데이~~~ 우리는 그렇게 늘 행복하다고 부르짖어도 될만큼 행복함을 소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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