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 세상을 날다
소피 라구나 지음, 황보석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어떤 경우는 아무런 실수를 하지 않았는데도 일이 안 풀리는 때가 있다. 또 안 풀리는 일에 대해 어떤 실수는 없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돌이켜보고 열심히 찾아봐도 어디에서 실수를 했는지 알아낼 수 없을 때도 있다. 60p
새를 사랑하는 소년 버드, 그는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십대 소년이다. 버드의 실수도 버드의 잘못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버드는 도망간 엄마로 인해 마음 속에 버림 받았다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어렸을 때 울음소리가 컸다는 아빠의 말에 어느 날 밤 자신의 울음 소리가 듣기 싫어진 엄마가 도망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작은 소년.
아빠에겐 어떤 것들에게 대한 울타리가 쳐져 있고, 엄마에 대한 질문에는 아주 높고 탄탄한 울타리가 쳐져 있을거라 생각하며 모직물이 젖었을 때의 냄새를 엄마 냄새라고 기억하는 소년 버드.
그런 버드에게는 제일 친한 친구이자 완벽한 팀인 친구 슈거가 있다. 그리고 AP 데이비스가 쓴 <새들: 들판의 안내자> 책이 있다. 버드가 새를 좋아하는 것은 ’나만의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며, 완벽한 팀을 구성하는 친구 슈거 역시 버드에게는 새와 같은 안식처이자 나만의 친구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리라..
버드는 외롭거나 도피처가 필요할 때 항상 새를 그리거나 새를 상상하고, 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삼곤 한다.
그런 버드에게 제일 친한 친구 ’슈거’는 어느 날 아빠의 직장문제로 인해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버드는 친구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유일한 안식처인 ’AP 데이비스’가 쓴 <새들: 들판의 안내자>를 품에 안고 그를 만나기 위해서 블루마운틴을 향해 집을 떠난다. 자신을 버리지 않을거라는 희망을 안고....그곳이 자신의 안식처라 여기면서....
엄마도 이런 것을 느꼈던 걸까? 엄마도 집을 떠날 때 이렇게 떨고 있었을까? 왜 이유도 알 수 없이 겁이 나는 걸까? 이제 덜덜 떨리는 것이 손만이 아니라 몸 전체, 내 온몸이었다. 이게 물떼새가 태평양을 가로질러 떠나기 직전에 느끼는 그런 걸까? 135p
버드에게는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는 상실감이 자리잡고 있었고, 아빠 역시 부인에게 버린 받은 상실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서로 안고 있는 상실감으로 인해 서로를 위로해줄 생각을 하지 못했던 두 사람 아빠와 아들 버드.
서로에게 쳐진 울타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보지 못한 채 그렇게 담을 쌓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계기를 통해서, 뒤늦게 ’소중함’ 그것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버드가 집을 떠난 계기를 통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깨달은 것처럼.
나는 뭔가를 찾고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내게는 계획이 있었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 어디로 가 버렸는지 나는 기억할 수도 없었고, 내가 거기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177p
’나는 계속 가야 한다.’ 이것이 짧은꼬리섬새가 대양 위를 날면서 아래쪽에서 휙휙 솟구치며 날쌔게 맴을 도는 상어들을 보았을 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너무도 피곤하고, 너무도 막막하고, 너무도 혼란스럽고, 제일 친한 친구가 너무나도 보고 싶고, 자신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엄마가 달아났는지 궁금해 하다가 마침내 그 새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를 기다리는 상어들의 회색 지느러미가 맴을 돌며 일으키는 물거품을 보게 돌 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 새는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자신에게 몇 번씩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계속 가야 해. 그냥 계속 가면 이르게 될 거야.' 189p
버드가 사라지자 아들을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었던 아빠와 자신의 안식처를 찾고 싶었던 상처입은 소년 버드는 그렇게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달게 되었다.
또한 울타리 속에 서로 꼭꼭 감추두었던 엄마라는 벽을 허물면서 서로의 감정의 골은 사라지게 되었다.
"네 엄마는 평생 가장 큰 실수를 저질었어. 너를 떼어놓고 가버린 것 말이야. 너는 누구보다도 더 소중하고...."
"너는, 너는 내 삶을 구해 주었어. 그게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야, 제임스. 너는 내게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해. 내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했더라면, 더 잘했더라면....." 195p
버드는 엄마가 도망간 이유가 자신때문이라는 상실감에 자신이 필요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졌던 것이였다. 하지만 자신이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스스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십대의 아이들은 집안의 문제가 자신의 탓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식간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쳐지고 점점 두터워지는 벽은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는다. 아이들의 방황 속에 상당수는 ’사랑’ 의 결핍에서 생겨난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느낌, 학교로부터 소외되는 느낌이 주는 좌절감과 상실과 상처.
그것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며, 그 ’사랑’이 아이들 스스로에게 ’중요한 존재’임을 각인시켜줄 수 있는 가장 큰 치료약이리라.
지금 나는 비행기를 타고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비행기가 땅에서 떠오르자 내 날개도 떠오른다. 이번에는 진짜로 날고 있다. 21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