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 노블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5년전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친정 아빠와 남동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혼자 남겨진 느낌이 들었었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29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외로움 말고도 걱정되는 또 한가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였다. 혹시 내가 엄마처럼 암에 걸려 죽게된다면 남은 내 아이들은 어떻게하지?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았던 내 딸을 보면서 나는 나없이 살게 될지도 모를 내 딸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내 딸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몸조리를 해줘야 할텐데...김치 담궈서 줘야할텐데... 등등의 친정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소소한 것들을 해주지 못하게 될까봐...그것 말고도 해주어야할 것들이 많을텐데....라는 불안감.

책 제목과 책 소개를 보면서 내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앞둔 엄마가 4명의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남겼다. 각각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딸에게 엄마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흰색 카드 겉장에는 검정색 글씨로 ’너의 꿈을 행해 자신감 있게 가라.’고 적혀 있었다. 엄마는 무덤 속에서도 딸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67p

첫 딸인 리사는 앤디를 사랑하면서도 독립적인 성향과 개방적인 성생활로 인해서 안주하지 못하였고, 둘째 제니퍼는 남편과의 불안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셋째 아만다는 방랑적인 생활을 즐기느라 엄마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 딸인 한나는 이제 막 성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리석고 우스운 자존심. 하지만 그로 인해 그녀는 더욱더 외로웠다. 엄마가 살아 있다면 툭 터놓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엄마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아니, 그래도 이런 일은 일어났을 것이다.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엄마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귀 기울여 들을 것 같았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 사람들이 서로 껴안고 키스하고 환호성을 지를 때, 그녀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그리운지 생각했다. 137p

각자의 삶이 힘들고 지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방황스러울 때 이들은 엄마의 찾았고, 엄마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서 그리고 엄마가 남겨놓은 사랑을 통해서 웃을 수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엄마는 딸들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과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를 생각해 본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리고 아프다.

네 딸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다. 난 너희들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단다. 난 아직 너희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단다.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희들이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충분히 말해주지도 못했어. 너희들을 충분히 도와주지도 못했고, 너희들과 충분히 맞서 싸우지도 못했고, 너희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도, 너희들을 자주 보지도 못했어. 209p

책을 읽으면서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 내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내 아이들에게 엄마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희들이 태어난 날은 내 생애 최고의 4일이었고 , 너희들을 낳은 것은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었고, 너희들은 내가 만든 네 점의 예술 작품이야. 255p

4명의 딸은 죽음을 앞둔 엄마의 정성어린 조언과 애정과 사랑으로 올바른 길을 찾아 갈 수 있었고, 가족이 주는 따스함과 포근함을 알게 되었다.

엄마, 가족, 그리고 내 딸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였다. 또한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엄마와 딸은 참 묘한 관계인 듯 싶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엄마처럼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지금 나의 엄마는 하늘 어딘가 쯤에서 나를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사랑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나는 죽지만 그 사랑은 생명체처럼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내 죽음을 덩굴로 삼아 그 사랑이 너희들에게 계속 뻗어나갔으면 좋겠어. 뿌리가 깊고 절대 부러지지 않는, 하지만 너희들이 힘들 때 너희들을 세워줄 수 있는 강인한 덩굴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5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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