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걸음 내딛다 보름달문고 33
은이정 글, 안희건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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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아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이 용기있게 한걸음 내딛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깨달아 갑니다. 좀더 많은 성장을 바랬던 것은 아닌가? 좀더 빠른 성장을 바랬던 것은 아닌가? 하는 엄마의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의 힘겨운 한걸음을 그저 무시한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봅니다.
한걸음...아니 반걸음도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가지고 내딛었던 것이라는 걸 새삼깨달아 봅니다. 그전에는 몰랐던 것처럼 말이죠.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눈게 언제였는지 되짚어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누구인지...엄마인 나는 제대로 잘 알고 있는걸까요?
아이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반걸음 내딛어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을 보는 순간 책 표지가 참 깔끔하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책 뒷표지에 그려진 발자국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발자국 앞에 이정표가 있다면, 내딛는 걸음이 힘겹지 않을거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다 또다시, 이정표를 따라가는 아이들의 무미건조한 얼굴도 떠올려봅니다. 알수 없는 미래지만, 힘겨운 일이 다가올 수도 있지만, 자신의 미래를 향해 반걸음, 한걸음, 두걸음 걷는 아이들의 상기된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의 발걸음에 담겨진 용기와 희망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쳐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희영이는 엄마 아빠의 대화없는 숨막힘을 느끼고 힘겨워하는 사춘기 소녀입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보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상상의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소녀적 엄마의 일기는 희영이에는 또다른 친구가 되어줍니다.
직장을 다니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아빠에 대한 불만을 풀기보다는 회피하려는 지금의 엄마는 힘들고 지쳐보입니다.
아빠는 집에 돌아오면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와의 대화 시간을 없습니다. 아빠는 혼자 고립되어 있음을 느끼지만, 역시 회피하고자 합니다.

희영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책속의 주인공은 엄마, 아빠 그리고 희영이입니다.
이들 3명은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풀려고 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것은 이들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뿐 어떠한 해결방안도 내어주지 않습니다.

희영은 재준이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재준이는 나영이를 좋아합니다. 희영이는 상처입고 슬퍼하였고, 엄마 아빠는 서로를 회피함으로써 가족은 더욱 숨막히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희영은 엄마에게 엄마의 일기장을 돌려줍니다. 엄마가 예전에 가졌던 꿈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권리를 주고자 합니다.

엄마는 소녀시절 가졌던 오 년에 한 번씩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빠와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싸움으로 해서 서로가 가졌던 불만을 토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그리고 희영은,
재준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재준이가 다니는 영어 학원을 등록합니다.

’가까이 있고 싶으면 가까이 가! 꼭 좋아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어. 그냥 옆에 있으면 되잖아. 기회는 네가 만드는 거야.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아! 도와줄 수 없다고!’ 189p

아빠, 엄마, 그리고 희영은 그렇게 반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힙겹고 아팠던 순간을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용기있는 반걸음입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무언가를 해 주기를 바라면 안 된다." 214p

희영이 엄마가 희영이에게 해준 말입니다.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알게 해주는 대사입니다.
우리는 가끔 아이가, 엄마가, 배우자가....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채고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으면서 말이죠.
그리고 화를 내고, 실망합니다. 대화를 통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화를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반걸음 내딛다>는 제 딸에게도, 남편에게도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대화의 가치, 반걸음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할 수 없을거라는 좌절보다는 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합니다.
늘 외로워만 보이는 희영이가 재준이를 향해서 반걸음 다가갔을 때의 희영이의 모습은 아주 밝아보였습니다. 아이들과 투닥거리며 등산을 하고, 장을 보는 아빠의 모습은 아주 정다워보였고, 꿈을 향해 힘겨운 결심을 한 엄마 역시 아주 행복해보였습니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용기를 내어 디딘 반걸음이 바로 행복은 아닐까요?
대화와 반걸음이 가지는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 책이였습니다. 아빠에게, 엄마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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