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주머니 속의 괴물 - 아르헨티나 현대 동화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2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배상희 옮김, 최정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난뒤 내 주머니 속에 가만히 손을 넣어 본다. 내 주머니 속 괴물은 얼마나 클까? 아마 거대한 공룡만하게 부풀어져있을 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주머니 속에 괴물을 키우고 있을거라 생각이 된다. 괴물의 크기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가 불만과 불평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때 주머니 속 괴물은 자꾸만 커져간다.
나의 불만을 주머니 속 괴물이 처리해 준다면, 과연 나의 마음은 편안해질까?
딸아이는 나의 잔소리에 궁시렁거리거나, 투덜대면서 입을 쭉~ 내민다. 하기 싫어도 엄마의 무서운 눈초리에 뚱한 얼굴로 억지로 하던 아이는 그동안 괴물을 얼마나 크게 키우고 있었을까?
그동안 내 아이의 괴물을 미쳐 발견하지 못한 나는 얼마나 무지한 엄마였던가? 마음이 아프다.
이누차는 샛노란도 싫고, 폴라티도 싫고, 월요일도 싫고, 억지로 입으라고 강요한 엄마한테도 화가 났고, 연극 헤로니마 역을 베로니카에게 빼앗겨서 불만이였고, 베로니카에게 헤로니마 역을 하게끔 허락한 베티 선생님도 싫었다.
이누차에게는 불만이 가득한 날이였다.
하지만 이 날은, ’멋지고, 끔찍하고, 엄청난 일’ 이 생긴 날이기도 하다.
이누차의 주머니 속에 초록빛, 보라빛, 그리고 이따금씩 푸른빛이 도는 아주 북슬북슬한 털을 가진 괴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괴물은 샛노란 폴라티를 갈기갈기 찢어놓았고, 이누차가 싫어하는 라켈 이모의 파스타 플로 파이를 전부 산산조각을 내었고, 베로니카의 레이스 양말을 찢어놓았다.
괴물은 이누차의 불만을 하나둘씩 해결해 주었고, 조금씩 자랐다. 처음 이누차는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지만, 괴물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내 주머니 속 괴물도 이누차의 괴물처럼 나의 불만을 다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불평불만이 생겨날 것이고, 내 주머니 속 괴물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거라는 걸, 괴물로 인해 더욱 불편한 마음이 나를 짓누를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내 아이도 이누차의 괴물처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을까? 불만스러움에 괴물은 점점 포악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춘기에 접어든 내 아이의 괴물은 지금 많이 커진 듯 보인다.
나는 얼마나 내 아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괴물은 커질대로 커져서 아이의 마음은 아프고 힘든데, 나는 이해보다는 잔소리로 일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아이의 괴물이 더 자라지 않도록, 아이의 고민과 불만을 들어주는 마음과 귀를 열어 놓아야 겠다. 자신의 비밀을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는 작은 바램과 결심을 가져보며, 내 주머니 속에서 살고 있는 이 괴물이 더 자라지 않도록 나 스스로의 마음도 다잡아야 할 듯 싶다.
지금 내 주머니 속 괴물이 조금 작아진 듯 싶다. 동화책 속에서 나는 삶을 살아가는 또 한가지의 방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