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주대관 글 그림, 송방기 엮음, 김태연 시 옮김, 송현아 글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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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반 학급문고로 비치되어 있던 책이 방학동안 내 딸에게로 왔다. 방학동안 책이 읽혀지지 않은 채, 책꽂이에 있는 것은 너무 슬픈일이라며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5권씩 대여해 주셨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방학동안 아무에게도 읽혀지지 않았다면, 정말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길 바란다. 모든 아이들이 대관이를 보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행복할 줄 알며, 희망과 용기를 갖고, 지금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깨닫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에게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 조차 지금 대관이의 용기과 인내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았던 대관이를 통해서 나는 얼마나 내 삶을 안일하게 살고 있는가를 반성해 본다.
책을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슬픈 감동을 주체하지 못했다.
대관이의 용기와 인내심만큼 더 오랜 삶을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가져본다. 
한쪽 다리가 없음에 슬퍼하기 보다는, 한쪽 다리가 아직 남아 있음을 다행이라 생각했던 대관이의 모습에는 그의 굳건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1987년 10월 29일 대만의 대북 시에서 태어난 대관이는 결혼 6년만에 인공 수정 끝에 어렵게 나은 소중한 아드링였다.
’대기굉관(위대한 인물은 사물을 크게 본다는 뜻)’의 ’대관’이는한 살 2개월 때부터 부모님의 서재에서 책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으며, 호기심이 많았던 대관이의 질문은 부모님은 귀찮아하지 않고 자세히 대답해 주고, 아이 스스로가 생각하게끔 만드는 질문도 해주었다.
동생 상관이 역시, 형 못지않게 책을 좋아했고, 두 아이들은 깊은 우애를 가졌다.

특히 대관이는 책 읽기 뿐만 아니라 작문을 잘 했는데, 대관이의 글은 신문에 여러번 실리곤 했고,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깊은 정이 많은 아이였다.
그런 대관이에게 ’암’이라는 무서운 병이 찾아왔고, 대관이는 3번의 수술과 화학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했다.
부모님을 위해서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하지 않고, 꾹 참으며 암을 이기고자 했던 대관이의 마음은 그의 ’시’에서 잘 나타난다.

아홉 살 생일

지금까지
난 누구와도 싸워 본 일이 없어요
싸울 일이 없었거든요
앞으로
난 암 악마와 싸울 거예요
싸워서 내 몸의 건강도 찾고
싸워서 내 살아갈 권리도 찾을 거예요
왜냐하면 난 아직 아홉 살이니까요
왜냐하면 난 아흔아홉 살까지 살 거니까요.
(출처: 본문 107p)

오른쪽 다리 뼈 안에도 암세포가 퍼져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대관이는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는 속 깊은 아이였다. 다리를 자른 일로 벌벌 떨지 않고 나중에 반드시 남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대관이는 훌륭한 마술을 이용해서 다리가 원래대로 만들어 지면 좋겠다는 소망도 가져본다.


다리를 자르다

암 악마는 인류의 적
내 오른족 다리를 점령했어요
화학 치료 공격도 소용없고,
방사선 치료도 꼼짝 못 해요
이제는 의사 선생님 차례
적이 위로 올라오고 있어요
적이 진지를 이동하려고 해요
엄청난 숫자로 늘어나서
말도 못하게 아파요
이제는 엄마 아빠 차례
의사 선생님은 과학에 나를 맡기고
나는 하느님께 내 삶을 맡겨요
. (출처: 본문 120p)

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베토벤은 두 귀가 다 멀었고
두 눈이 다 먼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한쪽 다리가 있잖아
난 지구 위에 우뚝 설 거야
헬렌 켈러는 두 눈이 다 멀었고,
두 다리를 다 못 쓰는 사람도 있어
그래도 나는 한쪽 다리가 있잖아
난 아름다운 세상을 다 다닐 거야.
(출처: 본문 137p)

대관이는 더 이상 수술이 필요없다라는 의사의 말에 유언을 쓰고, 처음으로 부모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빠, 엄마, 동생아. 내가 죽으면 내가 온 힘을 다해 암과 싸웠다는 것을 암에 걸린 다른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에게 전해 주고, 그들에게 용기와 강한 의지를 갖고 암이라는 악마와 맞서 싸워 달라고 전해 주세요.’ (출처: 본문 172p)

암을 굶겨 죽이겠다고 단식을 하는 대관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고, 더 이상 바이올린을 켤 수 없고, 더 이상 부모님께 효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다.

"엄마, 난 아빠랑 엄마가 너무 좋아. 난 정말 아빠, 엄마, 상관이랑 헤어지는 게 괴로워. 만약 내가 죽으면 꼭 다시 날 낳아 줘." (출처: 본문 192p)
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대관이는 9년 6개월만에 42편의 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삶에 대한 의지와 암과 싸우는 용기와 아픔을 이겨내는 인내심이 강했던 대관이지만, 끝내 암이라는 악마를 이기지 못했다. 

지금쯤 대관이는 하늘나라에서 건강한 몸으로 행복한 마음을 담은 시를 쓰고 있을 것이다. 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격려하면서...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었다. 비록 대관이는 이 세상에 없지만, 우리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남겨주었다.
짧은 인생을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았던 대관이.
우리 아이들이 대관이를 통해서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삶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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