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화 작가다
임지형 지음 / 문학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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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과 마주했을 때, 책 제목만 보고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책이 내 품에 온지는 한참인데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책을 꺼내 읽고서는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읽는 순간 빠져들었는데, 마치 어른동화를 읽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 듯 하다. 가끔 아이들의 동화책을 읽다보면 어른인 나도 감동을 받고 배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 책이 마치 그런 느낌을 주었다. 만약 책 제목 때문에 읽기를 망설이는 분들이 계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강추한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책 제목과 달리 책 내용은 말랑말랑 재미있으니 말이다.

 

동화 작가인 유리안은 등단한 지 5년째로 스무 권을 책을 낸 사랑받는 작가이다. 주로 '아이들 눈높이를 잘 맞추는' 혹은 '아이들 맘을 사로잡는' 작품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사실은 소설을 쓰고 싶어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시 들어갔으나 우연히 동화 스터티라는 것을 하면서 동화의 매력에 빠지면서 동화 작가가 되었다. 그런데 동화 작가인 유리안의 치명적인 문제는 아이들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시끄럽고 막무가내고 말귀도 못 알아듣고, 바릇없는데다 신경질적인 결벽증이 있는 유리안에게 무엇보다 아이들은 지저분해서 싫다. 요즘 동화가 잘 써지지 않아서 고민하던 유리안 작가는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아이들이 답이라는 한 작가의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싫은 걸. 그렇게 고민에 빠진 유작가에게 김pd에게 방송국 출연 섭외 전화가 온다. 아이들과 1주일을 함께 지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이들을 싫어하는 유작가는 생각과 달리 이미 출연을 확정짓고 만다.

 

그렇게 5명의 아이들과 억지 웃음으로 싫어도 견뎌낸 1주일을 보내고 방송이 나간 뒤 유리안 작가는 인기 작가가 되었고, 출판사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렇게 인기를 즐길 즈음 방송의 인기로 인해 후속편을 찍자는 김pd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렇게 또 어쩔 수 없이 유작가는 1박2일 여행가는 컨셉으로 다시 방송 촬영을 하게 되고, 폭풍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이들을 싫어하고, 더러운 것도 싫어하는 유리안 작가는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성장하게 된다.

 

마지못해 응했다가 계속 투덜거리며 싫어하고 원망했던 나와, 그것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지냈던 아이들. 사실 외계인처럼 종잡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내 편견이었다. 순간 마음 안에 전등불 하나가 켜진 듯 환해졌다. 아이들 모습이 온전히 내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야 비로소 아이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 같구나."
그랬다. 아이들은 흐르는 물처럼 매번 달랐다. 마치 개울에서 계곡으로, 계곡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흐르는 물처럼 상황에 따라 바뀌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짜 살아 있기에 가능한 거 아닐까? 어떤 틀에 묶어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늘 어른들이었고. (본문 163p)

 

나 역시도 책 제목만으로 이 책을 판단하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늘 제멋대로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는 건 어른들이다. 이 책을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었지만 결국은 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깊이가 있는 묵직한 내용이었다. 잘못된 편견으로 이제야 이 책을 읽은 것을 한탄하며, 나는 또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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