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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퍼링 -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 ㅣ 단비청소년 문학
송방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2년 6월
평점 :
가끔 컴퓨터에 버퍼링이 걸리면 속도가 느려지면서 일이 진행이 안되고 답답해진다. 컴퓨터 버터링도 그런데, 하물며 가끔 내 인생에 버퍼링이 걸리면 어떨까? 좌절과 혼란, 절망과 포기, 아픔과 슬픔 등등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로는 그 마음을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버퍼링을 겪게 되는데, 특히 사춘기 시절에 그 버퍼링을 심하게 맞이하게 된다. 그 시절에 겪는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단비청소년《버퍼링》에서는 주인공 가온을 통해서 버퍼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물하고자 한다.
"너희들, 왜 버퍼링이 생기는 줄 아니?"
수아가 물었지만 현규와 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송수신도 제대로 못 하고 상대와 속도도 맞추지 않고 일방통행하려고 했을 때 생기는 충돌이잖아. 음…… 예를 들면, 저마다 삶의 속도가 다른데 어른들 마음대로 우리를 조이거나 다그칠 때 생기는 불협화음 같은 거랄까."
이럴 때 수아의 말솜씨는 진짜 누나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어른들하고도 그렇지만 버퍼링은 친구들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나는 내 생각을 덧붙였다.
"맞아. 앞뒤 생각 안하고 일부러 부딪히는 걸 즐기는 애들도 있으니까. 그럴 땐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잠시 그 자리를 떠나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떤 문제든 멀리서 바라볼수록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 (본문 256p)
아빠의 주식실패와 퇴사는 가족 폭력으로 이어지면서 중학교 3학년인 가온이는 혼란스럽다. 주식을 끊고 창업에 희망을 걸었지만 횟집을 오래 할수록 아빠는 점점 난폭해졌고, 견디다못한 엄마는 가온이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망가져버린 우산 밖에 남지 않아 비를 맞고 다녀야했던 가온이는 우산을 훔치는 것으로 그 혼란과 맞서고 있었다. 설상가상 아빠 횟집 건물주의 아들과 같은 반인 탓에 그놈의 잘난체까지 상대해야하는 상황이 되자 스따(스스로 왕따)이기를 자청했던 가온이는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친구가 필요해졌다. 자신의 혼란스러운 삶이 답답해진 가온은 엄마를 찾아나서지만, 엄마의 행방은 알 수 없었고 아빠는 횟집의 보증금까지 날려버린 상황이라 원양어선을 타겠다며 집을 떠났다. 그렇게 혼자가 된 가온은 집에 몰래 들어온 길고양이에 의지하게 된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있는 가온은 배를 탄 아빠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뒤늦게 소식을 접한 엄마가 돌아오게 된다.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가게 된 가온은 살다 보면 태풍도 가뭄도 만나게 되지만, 쨍하게 맑은 날도 반짝반짝 빛나는 날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살면서 버퍼링을 겪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삶은 늘 버퍼링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맑은 날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버퍼링이 생기는 이유에 대한 주인공들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가족, 친구와의 불협화음은 늘 소통의 부재속에서 온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상대방에 대한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 속도를 맞춘다면 우리 마음 속에 버퍼링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버퍼링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버퍼링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있으니 버퍼링으로 인해 고통받고 힘겨워하지 말고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조금은 답답했던 가온이의 삶으로 인해 책 내용이 어두운 듯 했지만 읽을수록 빠져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누구나 겪는 버퍼링이지만 이 책으로 그 해결법을 찾아보기를. 버터링은 어디서나 생겨나지만, 그 해결방법 또한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