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괴물 이야기 단비어린이 문학
전은숙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작가가 '사랑'이라는 게 뭘까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렇게해서 찾아낸 사랑들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찾은 사랑은 한없이 아름다고 소중한 것보다는 조금은 엉뚱하고 때로는 아프기도 한 사랑의 여러 얼굴이에요.

 

사랑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여러 모습과 다른 맛을 내면서 세아 곳곳에 묻어 있었어요. 이 많은 모습 중에 어떤 사랑을 품고 살아가야 할까요?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란 그런 거니까요. (작가의 말 中)

 

작가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랑이 모두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많은 상처를 주기도 하니까요. 이 동화책을 읽다보면 비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적이라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표제작인 [살갗괴물 이야기]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움직이는 건 뭐든 잡아먹는 살갗괴물이 아파트에서 악쓰는 여자를 잡아먹은 후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악다구니를 쓰는 여자는 괴물 자신보다 더 괴물 같았어요. 살갗괴물은 오동통하니 맛있는 여자를 잡아 먹은후 그 여자의 살갗을 입고 여자로 변해 그 여자가 살던 집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에는 두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여자 행세하며 살다 배고프면 하나씩 잡아먹기로 했어요. 그런데 둘 다 비찍 멀라 살점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둘을 살 좀 찌워 잡아먹기로 했지요. 그동안 어른 남자는 아파트 대출금을 갚으라는 아내의 악다구니에 대리운전을 하며 투잡을 했고, 작은 남자는 100점만 맞아오라는 엄마 때문에 주눅이 들어있었어요. 괴물은 아파트 대출금과 백점에 먹이를 빼앗길 수 없어서 대신 대리운전을 했고, 아이에게는 노는게 더 중요하다고 했죠. 어느 일요일 아침, 아무도 없자 살갗을 벗고 맨몸으로 바람을 쐬던 괴물을 두 사람이 보게 되었어요. 괴물은 괴로웠지만, 남편과 경민이는 천천히 다가와 떨리는 손으로 지퍼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주었어요. 그리고 끌어안았죠. 비현실적인 요소로 적혀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돈과 점수가 최고라 생각하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네요.

 

[우주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은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치킨집 아들 우주의 이야기에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전단지를 뿌리게 된 아빠는 배달전화를 받게 되고, 우주에게 배달을 시키게 되요. 배달을 시킨 건 바로 아닌 외계인이었고, 아빠 치킨을 먹은 외계인은 '따봉'이라고 외쳐요.

"이상한 양념은 무슨. 그게 그러니까 당연히 우주에서 최고로 맛있겠지. 이 아버지가 우리 아들에게 먹이던 것처럼 온 정성을 다해 튀겼거든." (본문 49p)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악어가죽 가방을 아기라 부르며 업고 다니는 엄마는 아빠와 아이에겐 관심이 없고 잦은 외출을 합니다. [이태리 악어가죽 핸드백을 아세요?]는 명품 가방을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말이 되어]는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지요. [선생님께]는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픈 이야기입니다. 말 잘 듣는 착한 윤석이가 어느 날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선생님께 윤석이가 개가 되었다는 말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반 아이들 입단속 철저히 시켜달라는 편지내용이에요. 엄마의 계획대로 움직였던 아들이 간혹 안아달라, 자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엄마는 그럼 학원은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이 이야기 또한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엄마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던 이야기에요. 2017년 황금펜아동문학상 수상작인 [굿모닝, 몽골]은 비가 오지 않는 사막이 배경입니다. 아빠는 물을 찾으러 떠났고, 아픈 엄마에게 물을 주어야 하지만 물이 없습니다. 엄마에게 볼멘 소리를 하고 아빠를 원망하지만 물을 찾기 위해 땅을 파는 저우양의 간절한 마음이 그려진 이야기에요.

 

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랑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내가 말하고 있는 사랑이 정말 사랑인 걸까요? 이 동화책은 이렇게 우리에게 스스로 자문하게 합니다. 단편단편들이 색다른 소재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내면서 우리에게 사랑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요.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인데, 부모인 제가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묵직한 한 방을 주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