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고양이 라니! 단비어린이 문학
강정연 지음, 모로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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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액체괴물이 인기더라구요. 저희 아이들도 액체괴물을 사곤 했답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니 액체괴물에 관한 이야기같았어요. 그런데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의미있는 동화책이네요. 이 책의 주인공 제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저를 조르곤 했습니다. 저는 제이엄마처럼 알레르기는 없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이기에 그 책임이 너무 무거워 늘 거절하곤 했지요. 그런데 사실 저도 제이엄마처럼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상당히 크답니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부분이 많았네요.

 

제이는 크리스마스 소원 쪽지에 '고양이'라고 쓸지 말지 한 시간을 고민했지만, 앵무새라고 썼을때는 장난감 앵무새를 받고, 강아지라고 썼을 때는 강아지가 나오는 그림책을 받고, 나비라고 썼을 때는 곤충 백과를 받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액체 괴물'이라고 쓰고 말았네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했지만 엄마는 뭘 키우려고 이사 온게 아니라고 딱 잘랐어요. 엄마는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걸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제이가 생각하기엔 엄마의 진짜 속마음은 '뭐든지 귀찮아!'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이네 집 마당에 푸른 회색의 출렁이는 물결무늬 털로 뒤덮인 고양이가 찾아왔어요. 먹을 걸 찾는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돌아갔네요.

 

"엄마, 우리 집 마당에 처음으로 길고양이가 왔어요. 되게 배고파 보였는데 먹을 게 없어서 그냥 갔어요. 마당에 고양이 밥이랑 물을 좀 놓아 두는 건 괜찮죠?"
"안 돼. 괜히 귀찮은 일만 생겨."
"뭐가 귀찮아요, 뭐든 다 내가 할게요. 고양이 사료도 내가 사고요. 네?"
"안 돼. 처음에만 네가 하다가 결국 내 몫이 될 거야." (본문 15p)

 

 

제이의 성화에 엄마는 마지못해 허락했고, 그 뒤로 제이는 고양이 사료와 깨끗한 물을 꼭꼭 챙겼어요. 고양이를 만나진 못했지만 아침마다 밥그릇과 물그릇이 싹싹 비워져 있었죠. 그러다가 새벽에 잠에서 깬 제이는 함박눈이 내리는 걸 보고 고양이 밥이 걱정되었죠. 스티로품 상자로 그릇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해주고, 물이 얼지 않도록 핫팩도 놓아주었어요. 그러다 고양이를 만나게 됐고, 마치 고양이는 소원 쪽지를 다시 쓰라는 듯 트리를 가리켰지요. 제이는 혹시 소원이 이루어질까 싶어 '액체 괴물'에 x표시를 하고 '고양이'라고 적었어요.

 

크리스마스 아침, 엄마와 제이에게는 늦잠 자는 날이에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실로 나간 제이는 고양이는 커녕 조그만 털 뭉치 하나도 보아지 않아 실망한 채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물이 뚝 끊기면서 부룩부룩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그 고양이가 액체 괴물로 이루어진 '액체 고양이'가 되어 나타나지 않았겠어요.

 

 

'액체 고양이라니!' (본문 32p)

 

제이의 잘못된 소원 쪽지로 인해 고양이 대신 액체 고양이가 나타난거에요. 그리고 이 한마디에 액체 고양이의 이름은 '라니'가 되었죠. 그렇게 오늘 하루는 제이가 고양이가 생기면 하고 싶었던 일을 라니와 함께 하게 되었어요. 엄마에게 들킬까 걱정했지만, 엄마는 그저 액체 괴물로만 생각했네요. 그렇게 제이와 라니는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라니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보여주었고, 그 집은 매일 뒷동산으로 산책 나오시던 큰 코 할아버지가 만들었지만, 갑자기 할아버지가 나타나시질 않는다고 하네요. 신나는 모험 후에 집에 돌아와 낮잠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액체 고양이는 진짜 고양이가 되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엄마의 재채기도 시작되었죠. 고양이 된 라니는 창문으로 사라졌고 이제 제이는 마당에 나무를 심기로 합니다. 단 엄마만 귀찮게하지 않으면 말이죠.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다정해라, 친절해라, 배려해라, 성실해라 등등 가르치지만, 정작 엄마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참 많아요. 이 동화책의 제이엄마처럼 말이죠. 사실 엄마들도 모르는 것이 많고 아직 배워야 할 부분도 많은데 스스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네요. 이 동화책이 그런 부분을 잘 꼬집어 준거 같네요.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또 배울 수 있어서 엄마로서의 제가 좀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고맙기도 합니다. 제이와 라니의 판타지 모험이 정말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동화책이기도 합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라 강추합니다!

(이미지 출처: '액체 고양이 라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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