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니까 예쁘지 단비어린이 그림책
강정연 지음, 한상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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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걸 보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물걸은 살 때도 실용적인 것보다는 좀더 예쁜 물건에 눈길이 가곤 합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사람도 예쁘고 잘 생긴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너도나도 좀더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어른들은 외모보다 마음이 예뻐야 한다고 하지만, 요즘은 예쁘면 뭐든지 용서된다는 말을 하듯이 예쁜 건 그만큼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외모지상주의인 요즘 세상에서 예쁘고 잘생긴 건 정말 중요한 거겠지요? 단비어린이 《귀하니까 예쁘지》에서 그 답을 좀 찾아봐야겠어요.

 

 

봉오리 마을에는 인물 좋기로 유명한 박 대감이 살았어요. 반듯한 훤한 이마, 짙은 눈썹, 새까만 구슬 같은 눈종자, 오뚝하고 날렵한 콧날, 하얀 이까지 박대감이 잘난 건 온 세상이 다 알 정도였어요. 하지만 얼굴이 잘나서인지 좋은 것만 좋아라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요. 일꾼을 들일 때도 일솜씨 보다는 인물이 훤한 사람을 찾았고, 먹을 것을 먹을 때도 맛 보다는 모양을 찾았지요. 그래서인지 박 대감네 일꾼들은 해야 할 일은 않고 옷이며 머리며 모양내기에만 정신이 팔렸지요. 이렇게 잘난 박 대감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하나 있는 딸 금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못 생겼다는 거에요.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고 한다던데 박 대감은 그렇지도 않았죠. 하지만 금이는 타고난 성품이 워낙 좋아 얼굴은 못났어도 밉지가 않은 사람이었어요.

 

 

어느 비 오는 날, 박 대감 집 앞에 낯선 나그네 둘이 와서 하룻밤만 묵어가자고 했어요. 요즘 사내들만 보면 금이 짝으로 절로 눈여보게 되던 박대감은 한 사람은 잘생기고, 한 사람은 작고 시커멓고 험상궂게 생긴 탓에 딱 한 명만 묵어가게 해 주겠다고 하네요. 인물 좋은 사람이 어릴 적 친구이니 같이 묵어가게 해달라고 하자 박 대감은 금이와 짝이 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인물 못난 사람은 헛간에 자게 해주었어요. 그런데 아침이 밝자 헛간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못난 사람을 마구 끌어내는 아니겠어요. 알고보니 잘난 사람이 돈을 훔쳐서 달아났다네요. 헌데 알고보니 두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사람을 볼 때 인물만 보는 박 대감 집에 묵기 위해 못난 사람은 그저 친구인 척 하게 된 거였어요. 하지만 박 대감은 못난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죠. 그때, 잘난 사람이 태연하게 나타났고 사라졌던 돈은 원래대로 염전 꾸러미가 그득 채워져 있었죠. 박 대감이 민망하여 우물쭈물하자 오히려 인물 좋은 사람은 예쁜 병이랑 볼품 없는 병을 내밀며 하룻밤 신제를 졌으니 병 하나를 고르면 선물로 드리겠다고 하네요. 한 병은 가장 소중한 것을 얻게 해 주는 묘약이고, 다른 한 병에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하는 독약이 있었지요. 박 대감은 어쩌면 못 생긴 딸이 먹으면 곱디고운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예쁜 병을 골랐답니다.

 

 

헌데 병 안에 든 약을 마신 금이가 아주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어요. 박 대감은 독약을 소중한 딸에게 먹게 했다는 생각에 예쁘게만 보이던 병이 징그럽고도 소름 끼치게 느껴졌어요. 박 대감은 잘난 사람에게 있던 또 하나의 병이 생각나 잘난 사람을 찾으러 다녔지요. 석 달하고도 열흘을 그러자 박대감의 잘난 인물도 사라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박대감은 못난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만 못난 사람도 잘난 사람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행이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에게 그 병을 선물로 주었지 머에요. 그 약을 금이에게 먹이자 금이는 멀쩡하게 깨어났어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들 짐작하시겠지요?

 

"허허허! 예뻐서 귀한 것이 아니라, 귀해서 예쁘다는 걸 내 이제야 알았네. 내 눈에는 내 사위와 내 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나 보이네그려. 허허허!" (본문 中)

 

지금은 예전보다 더 예쁜 것을 선호하는 사회가 되었어요.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저마다의 재능과 개성을 가지고 있지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 박대감네 일꾼처럼 일보다는 겉모습을 치장하는데 노력하게 될 거고, 이 사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겠죠? 자신의 겉 모습을 가꾸는 것이 나쁘다기보다는 상대방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 내면을 봐야한다는 얘기랍니다. 박대감의 말처럼 예뻐서 귀한 것이 아니라, 귀하게 여기면 모두 예뻐보이거든요. 그러니 내 자신의 겉모습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을 가꾸는 노력이 더 필요하며, 상대방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져야 할 거에요. 짧은 그림책이지만 겉모습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따끔한 일침을 준 깊이있는 내용이었어요. 삽화도 재미있게 그려져서 보는 즐거움도 있는 그림책이에요. 우리 아이들에게 내면을 가꾸어 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니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이미지출처: '귀하니까 예쁘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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