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새벽이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최봄 지음, 한수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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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넥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여주인공 이름은 '새벽'이로, 새벽이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가하는 어린 소녀입니다. 단비어린이 《해녀, 새벽이》제목을 보자니, 문득 드라마의 주인공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 동화책을 읽다보니 두 주인공이 자꾸 겹쳐 보이게 되네요. 역사에 관련한 동화는 아이들과 함께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그 역사 속에 '해녀'를 주제로 한 동화책은 처음인 듯 합니다. 사실 우리 개개인 모두가 역사 속에 하나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누가 주인공이 되어도 훌륭한 역사 동화가 될 수 있겠지요.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은 많은 것을 짓밟고 수탈해 갔는데, 일본은 우리의 바다 역시 빼놓지 않았네요. 이 동화책은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물질을 했던 해녀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역사동화책입니다.

 

"왜놈들이 재주해녀어업조합이다 뭐다 만들고부터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하루 종일 고생해서 캔 해산물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팔리고, 돈을 받아도 왠지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어."

용이 엄마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나라 없는 백성이 별 수 있나." (본문 18p)

 

새벽이네 가족은 노름꾼이었던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가 물질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막둥이가 태어나기 전에 어딘가로 훌쩍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는 물질해서 번 돈으로 노망든 할머니와 자식 다섯을 키웠지요. 오늘도 아침도 먹기 전에 애꾸눈 영감이 새벽이네를 찾아와 빚을 갚으라며 성화입니다. 열세 살인 새벽이 친구들은 이미 물질을 배우고 제 한 몫을 다 하고 있지만, 물이 두려운 것은 둘째치고 큰 언니를 물속에서 잃은 후 절대 물질을 하지 말라는 엄마의 뜻 때문에 새벽이는 물질은 언감생심입니다.

 

 

"나는 그동안 제주는 임금님 사는 곳과 뚝 떨어진 섬이라, 나라가 있으나마라고 생각했어. 이제 그런 생각 안 해.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나니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어."
"맞아, 내 나라가 없다는 건 갓난아기에게 엄마가 없는 것과 같은 거야." (본문 69,70p)

 

 

일본 상인들이 해산물 가격을 너무 낮게 매겨서 화가 난 해녀들은 결국 시위를 하게 되었고, 새벽이 엄마도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새벽이 엄마는 일본 순사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다행이 다른 마을의 해녀 회장들이 주동자라고 나서면서 운 좋게 풀려났지요. 하지만 곧 엄마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애꾸눈 영감이 돼지 두 마리를 데리고 간 후 새벽이 엄마는 용이 엄마와 함께 울산으로 출가 물질을 가기로 합니다. 7~8개월동안 엄마 없이 혼자 동생과 할머니까지 돌보게 된 새벽이는 배고픔에 왕해녀 할머니를 찾아가 물질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노름꾼이 아니라 노름꾼을 가장한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 새벽이는 노름에 빠진 줄 알고 미워하며 원망했던 아버지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를 눈물을 흘리며 빌었어요.

 

《해녀, 새벽이》는 나라를 잃은 그 시절의 평범한 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나라를 잃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꿋꿋이 인내하며 살아가는 삶도 역사의 한 부분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물질을 하는 새벽이의 모습이 바로 우리네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자신의 위치에서 살아내왔던 분들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당시를 살아냈던 모든 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게 됩니다. 긴 여운을 남겨주는 동화책이네요.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이미지출처: '해녀, 새벽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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