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뻥 맘 딱 단비어린이 문학
난별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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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들이 잔소리없이 한 번 말하면 말을 들어주었으면 싶고,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편을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이게 대부분 집의 풍경이겠죠. 이는 부모와 자식관계에서만의 바람은 아닐테고, 선생님과 학생, 친구들사이에서도 그럴거에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기를 누구나 바라는 거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듣는데 조금 인색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귀가 뻥 뚫리고 맘을 딱 알게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이 창에 붙어서 종이비행기를 날리자 윤하도 엄마랑 오래오래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원을 적은 비행기를 날립니다. 하지만 호태는 윤하의 비행기를 조각조각 찢어서 하늘에 뿌리며 윤하를 놀리네요. 집에 돌아온 윤하는 공방에 가지않고 집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속상한 마음을 전해보려 했지만, 엄마는 집에서도 바쁘네요. 그래도 엄마가 집에 있으니 좋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에 몰두하는 엄마를 보니 집에 있는데도 없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어요. 윤하가 투덜거려도 엄마는 윤하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일에만 몰두합니다. 엄마는 늘 윤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엄마랑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손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공방으로 가는 엄마를 보며 윤하는 엄마 귀가 뻥 뚫리는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말이라면 엄마가 열 일 제치고 달려올 수 있게 말이죠.

 

윤하는 엄마를 쫓아가보려 했지만 엄마는 이미 떠난 뒤였어요. 그때 연우에게 우리 반 여자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인 <스파이 공주> 10권을 보러 오라는 문자가 왔고, 윤하는 서둘러 연우의 집으로 출발하지요. 그러던 중 늘 다니던 길에서 낯선 약국을 발견하고 궁금한 마음에 약국에 들어간 윤하는 하얗고 긴 뽀글 머리를 한 할머니로부터 엄마의 귀가 뻥 뚫리는 약을 건네받습니다. 윤하는 엄마에게 귀가 잘 들리는 약으로 하루에 한 알만 먹으라며 건넵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다음날부터 나타났죠. 윤하의 혼잣말에도 엄마는 대답을 해주었으니까.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에 엄마도 일을 쉬겠다며 같이 땡땡이 치자고 하네요. 그 후에도 엄마는 마치 늘 그래 왔듯 연우의 말에 귀기울여 주었어요. 연우의 목소리가 크든 작든 대답을 다 해주었죠. 이제는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 없다는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너무 많아진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었어요. 그러다 엄마가 깜빡하고 약을 두 알 먹은 후부터 연우의 마음속 말이 들리게 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우는 자신의 비밀마저 들키게 될 까 싶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약국에는 할머니가 계시질 알았어요. 대신 윤하가 약값으로 냈던 스티커에는 약효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으며, 그 효능은 어찌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할머니의 짧은 글이 적혀있었어요. 그러던 중 윤하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자 귀뻥약을 먹고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이제 약 안 먹어도 내 말 잘 들려?”
“응. 귀가 막힌 게 아니었나 봐. 네가 궁금해지니까 신기하게 네 말이 크게 들려.” (본문 81p)

 

귀는 뻥 뚫리고 맘은 딱 알게 되는 약은 바로 '관심' 아니었을까 싶네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맘을 알게 해주는 최고의 약인 셈이었던 거죠. 정체를 알 수 없는 할머니로부터 받은 귀뻥약이라는 재미있는 판타지를 소재로 하여 이 동화책은 서로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저도 연우 엄마와 많이 닮아있거든요. 퇴근해서 돌아오면 집안 일로 또 한바탕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아이들의 오늘 하우가 어땠는지, 오늘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아이들의 조잘대는 소리에 건성으로 대답하기 일쑤였거든요. 저도 귀뻥약 아니, 약보다 더 좋은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이해해줘야겠어요. 아이들이 귀뻥약을 사다주기 전에 말이죠. '관심'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판타지를 섞어 재미있게 잘 담아준 책이었습니다. 혹 귀뻥약이 필요하시다면 바로 이 책이야말로 귀를 뻥 뚫어주고 마음을 이해하게 도와주는 책이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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