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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야 ㅣ 단비어린이 문학
김근혜 지음, 한수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6월
평점 :
책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왠지 짐작이 갑니다. 이런 류의 책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가 같이 읽어야 좋을 법한 책이죠. 부모인 제가 읽다보면 정말 반성해야하는 부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과한 욕심을 제대로 내려놓지 못해 늘 마음 한 켠이 무겁기만 하지요. 오늘도 단비어린이 《나는 나야!》를 읽으면서 저의 잘못된 욕심을 좀 내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래봅니다.
문제집을 펴고 공부 대신에 공룡 그림을 그리고 있던 대범이를 엄마는 다그칩니다. 대범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에요.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공책이나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 대범이에게 엄마는 새까만 안경을 내밀며 밤마다 쓰고 자라고 합니다. 이름하여, 집중력 안경으로 이 안경을 쓰고 잠을 자면 다음 날 집중력이 엄청나게 높아진다고 엄마가 카페에서 듣고 구매한 모양입니다. 안경은 좀 무겁고 답답했고, 이어폰에서 "뚜르르"하는 신호음이 신경 쓰였지요. 하지만 평소에는 작은 소리에 놀라 자주 잠에서 갤 때가 많았던 대범이는 첫날 안경을 쓰고는 잠을 아주 잘 잤답니다.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요?
최강 말썽꾸러기였던 인모는 갑자기 최강 모범생이 됐습니다. 인모는 마치 로봇처럼 절대 한눈팔지 않고 똑바로 앞만 보며 걸었지요. 두 달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선생님을 대신 해 부임한 지금 선생님은 매일 1교시마다 집중력 훈련과 테스트를 번갈아 하고 있어요. 대범이는 공부라는 생각보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 들어 이 시간이 나쁘지 않았지만 주마다 교실 게시판에 막대그래프를 붙여서 반 아이들 테스트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죠. 오늘 테스트에는 인모와 다원이가 만점이네요. 오늘은 짝 바꾸는 날이라 대범이는 인모와 짝이 되었어요. 헌데 인모가 좀 이상해보였죠. 손을 달달 떨기도 하고, 눈도 심하게 깜빡이고 다리도 덜덜 떨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뒤 공부도 잘하고 똑 부러지는 다원이는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머리를 쥐어 뜯었습니다. 아이들은 요즘 다워이가 좀 이상하다며 수군대네요.
집중력 안경을 쓰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대범이한테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은 그런 대범이를 칭찬했지요. 두 주가 지나자 집중하는 시간도 두 배로 늘었고, 단계를 올릴수록 안경 다리에서 소리도 점점 커졌지요. 악몽도 꾸기 시작한 탓에 대범이는 기운이 쭉 빠져 학교에 갔죠. 그런데 어제 본 수학 시험에서 대범이가 만점을 받은게 아니겠어요. 다들 시험이 어려웠다고 했는데 말이죠. 만점 맞은 시험지를 가방에 챙겨 넣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가던 대범이는 인모가 <내부 공사 중. 일반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빈 건물로 들어가는 걸 보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그런 인모를 쫓은 검은 운동복을 입은 남자도 발견하게 되죠. 설상가상 다원이는 대범이에게 집중력 안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며 추궁합니다. 그러던 중 다원이와 대범이는 빈 건물로 들어가는 인모를 쫓게 되고, 집중력 안경의 비밀을 쫓게 되죠.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도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누가 먼저 뒤집었는지, 누가 먼저 말문이 틔었는지를 시작으로 시험 점수, 반 석차까지...과도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지요. 그런 경쟁은 사실 아이들이 아닌 그 부모로부터 시작됩니다. 상상력이 좋고, 그림을 잘 그리는 대범이보다 엄마는 상을 많이 받고, 수학 성적이 좋은 대범이로 만들어가려고 했던 거죠.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대범이 엄마와 다를 바 없는 욕심쟁이 엄마임을 또 직시하게 됩니다. 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지해주는 엄마가 되어야 할 거 같아요.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집중력 안경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로 과도한 경쟁사회의 모순을 잘 짚어준 동화책인거 같아요. 이에 아이와 부모가 꼭 같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이미지출처: '나는 나야!'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