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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똑새의 비밀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강정연 지음, 최정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6월
평점 :
저는 개인적으로 전래동화를 참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전래동화가 한결같이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저는 그 주제가 참 좋습니다. 이 주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해하기 좋지요. 옛날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왠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단비어린이 《장똑새의 비밀》도 권선징악을 주제로 담고 있는데, 내용도 재미있고 삽화도 귀여워서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책입니다.
커다란 산 아흔아홉 개를 넘어 구구봉 마을을 지나면 조그만 만복 마을이나옵니다. 만목 마을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아도 사시사철 어느 때고 배곯는 일이 없다고 해요. 사람들이 서로 음식을 나눠먹기 때문에 배곯는 사람이 없는거죠. 마을 이름이 만복 마을인 이유는 사람들 넉넉한 마음 씀씀이 덕이에요. 하지만 만복 마을에는 고약한 할멈 하나도 살고 있었어요. 그 할멈의 집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산 밑에 있었는데, 제 일해서 생긴 돈은 절대로 쓰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한테 뭐든 얻어만 먹고, 뭐든 얻어만 입고 다니면서 평생을 베풀어 본 적 없이 그저 남의 것을 축내며 살았죠. 마음 착한 만복 마을 사람들은 이런 거 저런 거 따지지 않고 마냥 도와주기만 했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제 몸뚱이만 한 커다란 장독을 늘 등에 지고 다녀서 장독 할멈이라 불렀어요. 사람들은 그 장독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늘 궁금했지만 알아낼 방법은 없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할멈이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자, 착한 사람들은 할멈이 어디라도 아픈가 싶어 할멈 집을 날마다 기웃기웃거렸어요. 하지만 고약한 할망구는 얼쩡대지 말고 썩 꺼지라는 대답만 할 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 개똥이 어미는 개똥이에게 장독 할멈에게 감자를 갖다 드리고 집 안을 좀 살피고 오라며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억지로 집을 나선 개똥이는 할멈 집에 갔다가 할멈이 커다란 장독을 땅에 묻고 있는 걸 보게 되었죠. 집에 돌아와 할멈이 묻은 장독 생각에 잠을 못 이룬 개똥이는 다음 날 엄마가 건네 준 죽그릇을 들고 장독 할멈 집에 갔다가 아무런 기척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장독을 열어보았어요. 그 안에는 돈이 한가득 담겨 있었지만, 개똥 어미는 개동이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그해 농사가 큰 흉년이 되었지만 밝고 어진 사람들은 이웃 마을에 품을 팔고 산나물과 나무뿌리를 캐서라도 끼니를 이어 갔으며, 장독 할멈도 잊지 않고 챙겼어요. 그런데 얼마 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복 마을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고 불행 중 다행으로 집은 물에 잠기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딱 한 집, 장독 할멈 집에만 물이 잠기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장독 할멈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장독 할멈은 사람들이 자신의 장독을 차지할 속셈이라 생각하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장독 할멈 집 바로 뒷산이 무너져 내려 할멈 집을 그대로 덮치고 말았어요. 그리고 그때 흙더미 뒤에서 까맣고 푸른 새 한 마리가 포로록 날아올랐죠.
비가 멈추고 난 뒤 만복 마을에는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장독 할멈 집 쪽에서부터 시작해서 만복 마을을 가로 지르는 작은 내가 생겼고, 물가 여기저기에서 주인 없는 엽전을 줍게 되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엽전을 주울 때마다 새 한 마리가 나타나서 장똑 장똑 장똑 하고 서럽게 울고 갔대요. 이후 만복 마을 사람들은 물 좋은 마을에서 엽전 주워 가며 아들딸 낳아 가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옛날옛날에~ 잘 살았답니다..라고 끝나는 전래동화는 읽는 재미가 있어요. 모두들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라는 결말을 알면서도 그 결말을 늘 궁금해지거든요. 가난해도 서로 도와가며 사는 사람들은 욕심 많고 고약한 장독 할멈까지 도우며 살았지만, 장독 할멈은 남에게 베풀지 않으면서 얻어만 먹고 살았죠. 그 욕심은 화가 되었고 결국 죽고 말았어요. 착하게 산 사람들은 엽전을 주우며 행복하게 살아갔고요. 권선징악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인데다 그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네요. 이 그림책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착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듯 싶네요.
(이미지출처: '장똑새의 비밀'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