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힌 이옥분 여사 단비어린이 문학
김현희 지음, 박연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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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스릴러나 추리를 담아낸 동화책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사실 그러기엔 표지 디자인하고는 맞지 않은 듯 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해지는 책 제목이었어요. 먼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으로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깊이있는 이야기였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가족의 의미가 이제는 좀더 폭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족의 의미를 국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동화책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을 거 같아요. 가족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이 동화책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완벽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랍니다. 표제작 [사로잡힌 이옥분 여사]에서 '사로잡힌'은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무언가에 '꽂혀있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옥분 여사는 무언가에 사로잡히면 오로지 그 한가지에만 집중하지요. 배드민턴에 사로잡혔을 때는 지역 배트민턴 대회까지 나가 일반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영어에 사로잡혔을 때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영어로 동화를 들려줄 경지에 오를 때까지 집중하죠. 이후에는 메일 보내기에 사로잡혔을 때는 부득이는 읽지도 않은 메일을 보내곤 했죠. 그럴 때마다 아빠와 부득이는 스스로 밥을 해결해야했고, 여사는 집안을 돌보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번엔 동화책 쓰기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아빠와 부득이는 엄마가 쓴 재미없는 동화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어느새 동네 아이들이 이옥분 여사의 동화책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텔레비전에 출연하게 되죠. 자기 일에 사로잡혀 집안을 돌보지 않는 엄마, 이옥분 여사를 응원하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아니네요. 하지만 이 가족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이 또한 가족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 생각나]는 부모님의 해외여행으로 잠시 부모님 친구의 집에 머무르게 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책의 화자는 그 아이가 오게 되면서 자신의 방을 내줘야 했던 '나'입니다. 자신의 방에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말도 없는 그 아이가 불편하기만 한 나가 서서히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 왔다가 다시 떠나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 이야기가 아주 예쁩니다. 처음에는 친구의 아이를 잘 돌봐주었다가 시간이 지속되면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현실감 있게 그려져서 공감이 너무 갔네요.

 

[학교 가는 길]은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엄마가 일을 하게 되는 첫날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빠가 가장으로서 직장을 다녀야 하고, 엄마는 집안을 돌보는 것이 정상적인 것처럼 생각됐지만 지금은 사회적 변화로 맞벌이가 늘어나기도 했고, 아빠가 집안을 돌보고 엄마가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사회적 변화로 인해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투명 인간]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로미가 따돌림을 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혜린이는 자신의 생일에 친구들과 로미를 초대하지만, 로미를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로미가 개의치않고 친구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투명인간 취급이네요. 결국 로미는 친구들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음식을 맛있게 먹고 텔리비전도 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요즘 연예인들 학폭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장난으로 했다지만 누군가는 큰 상처를 받고 절망합니다. 어떨 때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기도 하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따돌림, 학폭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래도 이 책에서는 로미가 씩씩하게 이겨내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네요.

 

[안대]는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를 잃고 고모와 살게 된 형준이가 조금씩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여우와 돼지 삼형제]는 굉장히 코믹한 이야기네요. 아들만 있는 집안에 태어난 딸 애린이는 가족 모두가 사랑합니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세 쌍둥이 오빠가 애린이를 꼬리 달린 여우로 의심하면서 증거를 찾아나섭니다.

 

흔히 동화책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아요. 여러가지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기도 하고, 평범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가족이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수많은 가족들이 있지만 살아가는 모습이나 가족의 형태는 서로 같지 않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이해하는 법을 이 동화책을 알려주고 있는 듯 하네요. 지금 사회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이 책을 읽다보면 모두들 이 동화책에 사로잡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지출처: '사로잡힌 이옥분 여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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