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급식 라임 청소년 문학 47
기사라기 가즈사 지음, 김윤수 옮김 / 라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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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세대라 급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급식 배급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아이들의 점심 시간을 본 경험은 있다. 급식 메뉴에 따라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대략 짐작이 갔었다. 더욱이 급식 시간이 되면 이미 아이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서 급식은 아주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이든 중고등학생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라임 《오늘의 급식》은 그들만의 성장 스토리를 급식과 버무리고 있는 신선한 구성을 가진 청소년 소설이다.

 

총 6편의 이야기는 미키, 모모, 미쓰루, 마사토, 기요노, 고즈가 각 편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들은 청소년들의 고민들 즉, 사랑, 우정, 성적, 미래 등에 대해 담아내고 있어 꽤나 현실감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젤리, 새콤달콤 차가운 화해의 맛]은 미키의 이야기다. 좋은 사립 초등학교에서 질 좋은 급식을 먹었던 미키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사업 실패로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친근하게 다가와 준 고즈에 덕분에 외톨이가 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사립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취미가 요리일 만큼 먹는 것 아주 좋아하는 고즈에는 남자애들 무리에 섞여서 급식 쟁탈전을 벌이지만 미키에게 여전히 싸구려 학교 급식은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 고즈에는 미키가 여전히 예전 학교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키 역시 고즈에가 외할머니의 요청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은 다투게 되지만 고즈에의 젤리 덕분에 둘은 다시 좋은 친구가 된다.

 

[마파두부, 보드랍고 달달한 성장의 맛]은 어른이 되고 싶은 모모의 이야기이다. 중학생이지만 키가 작고, 여전히 동화책을 좋아하는 모모는 마파두부를 너무 매워하자 가족으로부터 아직 어린애라는 가치 돋친 말을 듣고 움츠러든다. 초등학교 시절, 함께 동화책을 읽으며 얘기를 나누었던 미쓰루 역시 이제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키도 훌쩍 커버렸지만 자신은 아직 어린애 같기만 하다. 그래서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는 미키를 따라 행동하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보게 되고, 미키는 평소의 모모가 더 좋다고 말해준다.

 

"모모, 억지로 어른이 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분명히 자연스럽게 변해 갈 텐데. 넌 그냥 너답게 하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난 억지로 어른처럼 행동하는 너보다 평소의 네가 더 좋다." (본문 48p)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어른처럼 행동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키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매운 마파두부보다는 달콤한 마파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무엇이든 억지로 변할 필요는 없다.

 

[흑당 크림빵, 두근두근 아릿한 첫사랑의 맛]은 미쓰루의 짝사랑 이야기이다. 마사토의 집에 놀러갔다가 세 살 많은 시오리 누나를 알게 되고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친해진다. 힘들어하는 누나에게 힘이 되주고 싶어하는 미쓰루의 달콤한 짝사랑 이야기가 설레임을 주는 이야기다. [마카로니 수프, 어정쩡함을 날려 버릴 결의의 맛]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마사토의 이야기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마사토이지만 그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공부는 못하고, 운동도 뛰어나게 잘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이 인기가 사그라들까 봐 불안하다. 하지만 자신의 유머를 항상 잘 받아주는 라미레스 선생님이 전해 준 '아주 작은 계기'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는다.

 

"중요한 건 마음, 달라져야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아주 작은 계기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본문 100,101p)

 

[초코우유, 짜릿할 만큼 강렬한 용기의 맛]은 전교 1등인 기요노의 이야기로 공부는 잘하지만 소심해서 늘 외톨이라 늘 인기많은 마사토가 부럽다. 그러다 교내에서 열리는 하쿠닌잇슈 대회에서 마사토, 고즈에와 한 팀이 된다. 우승이 목표인 고즈에를 도와 연습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크레이프, 한 겹 한 겹 포개지는 약속의 맛]은 고즈에의 이야기이다. 아빠의 전근으로 가족이 이사를 하게 되면서 전학을 가게 된 고즈에는 친구들에게 전학 간다는 이야기를 차마 꺼내지 못한다. 전학을 간 후에도 친구들과 여전히 우정을 유지하고 싶지만, 전학 온 미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저 슬프기만 하다.

 

《오늘의 급식》은 이처럼 청소년들의 고민을 현실감있게 잘 그려내고 있기에 청소년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리라 생각된다. 이 공감은 청소년 독자들이 갖는 고민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듯 하다. 지금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내 아이들의 고민을 엿본 듯 하다. 그들의 고민에 이 책이 작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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