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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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의사는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이야기다' (본문 7p) 이 책의 프롤로그 첫 줄에 나오는 문구이다. 우리가 의사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건 드라마나 영화, 혹은 뉴스에 등장하는 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들은 기적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환자의 상태만으로도 정확한 진단을 한다. 물론 그와 반대되는 의사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주인공 의사들은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의 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 엄마의 경우를 직접 당한 내 입장에서는 현실에선 드라마 속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한동안 엄마를 담당했던 의사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수술이 잘 되었다고 했던 걸까, 수술실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등이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 책의 저자 양성관은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로 이 책이 벌써 다섯 번째 책인 중격 작가로 사람들은 그를 '대머리 선생님'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게 꿈이라고 하는 의사인 이 의사를 통해 오래전 나의 궁금증을 좀 풀어보고 싶다. 이 책은 보다, 듣다, 두드리다, 만지다로 나뉘어 진다. 이 책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잘 생기고 척보면 다 아는 의사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현실 세계의 의사 이야기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경험탓인지 의사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어디 무슨 얘기를 하나 읽어나보자'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나를 웃게 만드는 이야기에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차 잊고 만다. 이 의사는 "보자마자 알면, 제가 점쟁이지 의사입니까? 머리가 어떻게 아파요?" (본문 23p) 라고 대꾸한단다. 드라마 속 의사들은 아마 점쟁이지 싶다. 책을 읽다보면 이 의사가 너무도 마음에 든다. 의사에 대해 가졌던 못된 마음이 조금씩 수그러든다.

 

환자들은 가끔 의사를 시험에 빠뜨린다. (중략) 애매한 경우나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병변은 미리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놓치기 쉽다. 거짓말을 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간혹 있다. 단순히 학교를 땡땡이치기 위해서부터 보험금 같은 금전적 이익을 위한 케이스도 있다. 앞에 나온 스무 살 재수생 임산부같이 사회적 지위나 체면이 걸려 있는 경우, 얼마 안 가 들통이나더라도 일단 거짓말을 한다. (중략) 모든 사람들은 때대로 거짓말을 한다. 목숨이 위태롭더라도 말이다. (본문 112,113p)

 

보험회사에서 총무일을 하다보면,  병원에 가기 전에 보험금 관련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이 부분을 읽다보니 왠지 이럴 때 의사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나와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그러고보니 내 업무가 의사와 통하는 부분들이 있었구나.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드라마 속 의사에 대한 모습을 많이 기대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엄마의 수술로 인해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생겼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사들도 사람이었구나, 라는 걸 불현듯 깨닫게 된다. 작가로 돈을 많이 벌어서 의사로서 환자를 잘 치료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책 속에 많이 묻어난다. 브런치 조회수가 100만 작가라 그런지, 필력이 대단하다. 점쟁이는 아니여도 최소한 마술사는 되는 듯하다. 독자를 끌여들이는 흡입력이 최고이기에. 누구라도 읽어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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