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세계 라임 청소년 문학 45
M. T. 앤더슨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대부분은 처참하게 붕괴된 지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미래의 지구는 피폐해졌고, 가난과 배고픔으로 절망만 가득하다. 더불어 소수의 특권층은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미래의 지구가 처참하게 붕괴된 이유는 많은 소설, 영화에서 보여준 만큼이나 다양하다. 지구 온난화, 자연재해, AI의 습격 등 실로 다양한 이유로 지구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그런데 만약 외계인이 지국정복을 한다면 어떨까? 라임 《조작된 세계》는 외계인의 식민지로 전락한 지구의 근미래를 담아내고 있다.

 

외계인 부브들은 1940년대부터 지구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지구를 침공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눈부신 기술을 순순히 내주면서 이는 지구의 노동을 영원히 없애 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질병까지 다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앞다퉈 그들이 내민 서류에 서명을 했다. 부브는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을 기업 대표들에게 팔았고, 대신 그들에게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구의 전자기장과 양자에 대한 권리를 넘겨받았다. 그 모든 기술이 누군가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유료라는 벽 뒤에 웅크리고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전 세계 노동자들의 일이 대부분 부브 기술로 대체 되어 사람들은 직장을 잃었고 먹을 게 부족했다. 누군가는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호화로운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햇빛을 잃은 채 살아야했다.

 

주인공 아담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은행원이었던 엄마도 직장을 잃었고, 포드 자동차 판매원이었던 아빠 역시 경제 불황으로 차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회사에서 잘렸다. 결국 아빠는 가족을 버린 채 홀로 떠났고, 아담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세들어 사는 클로이와 함께 데이트하는 영상을 부브에게 제공하고 돈을 벌었다. 하지만 클로이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이들의 관계는 시들해졌고, 결국 사기죄로 고발당하게 된다. 아담의 그림을 좋아하는 라일리 선생님은 부브 측에서 여는 콘테스트에 아담의 그림을 보냈고, 첫 번째 단계에 통과하게 된다. 하지만 부브들은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선호했기에 현재의 어두운 지구의 모습을 담은 그림 대신 성과 성벽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그린 그림을 원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부브에게 주목받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부브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진장 애를 썼다. 우리는 지금의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된 부브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부브의 생각을 읽고 해석하려고 눈물나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문 92p)

 

《조작된 세계》는 얼핏보면 외계인의 지구 정복에 따른 피폐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편리함을 위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이 설 자리를 빼앗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가 되고 있듯이 저자는 빈부의 격차,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의 붕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이러한 소설 속에서 작가들은 희망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지만 이 책에서는 뜻밖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 더 참담해진다. 이 소설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삶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이나 4차 산업혁명으로 따른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이 소설은 현실화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공포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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