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회장의 조건 단비어린이 문학
윤지현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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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한 편 읽다보니 어느 새 가슴 뭉클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동화책입니다. 단비어린이 《우리 반 회장의 조건》은 다섯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요. 열두 살의 초등학생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 않은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어른 사회 못지 않은 삶의 양면성을 볼 수 있으니까요.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고,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다행이도 아이들은 그 속에서 배우고 느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 모두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아픔을 견뎌내면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 또한 배우게 됩니다.

 

표제작 [우리 반 회장의 조건]은 회장이 되고 싶어했던 슬기가 회장이 되면서 겪게 된 책임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회장이 되길 잘했다고 생각할 즈음 김민혁이 전학을 오게 되고 전학생은 회장인 슬기의 짝이 됩니다. 민혁이는 오전에는 반 친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으로 오후에는 도움반으로 갑니다. 작년에도 도움반 친구가 있었지만 특별한 불편한 건 없었던 슬기가 이제는 자신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민혁이가 떨어뜨리는 연필을 주워야하고, 점심 먹는 걸 챙겨줘야 하고, 문혁이 때문에 이동 수업에 늦어졌지만, 선생님에게는 슬기가 혼이 나야했지요. 자신을 슬기가 아닌 회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싫어진 슬기가 문혁이를 전학생이라고 부르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회장의 자격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형을 소개합니다]는 마음이 아픈 형을 둔 세환이의 이야기입니다. 형 밖에 모르는 엄마는 세환이의 '가족과 대화한 후 가족 중 한 사람을 그려 와서 소개하기' 숙제를 도와주지 않은 채 엄마와 나갔습니다. 결국 세환이는 숙제를 미뤄두고 모둠과 우리 동네 모습 알아보기 숙제를 하러 나갔어요. 그러다 시장에서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있는 형과 그를 말리는 엄마의 모습을 친구들과 보게 되죠. 모른 체 지나간 세환이는 친구들과 집 앞 놀이터에서 내용을 정리하다가 엄마와 마주하게 되고 결국 친구들은 세환이의 가족에 대해 알게 됩니다. 반 친구까지 알게 된 형에 대한 비밀에 세환이는 짜증이 납니다. 형의 병이 마치 전염병처럼 가족 모두를 아프게 하니까요.

 

[그게 왜 비밀이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단짝 친구인 진주와 민경이의 이야기입니다. 늘 거침없이 용감한 진주와 달리 어리버리한 민경이는 그런 진주가 부럽습니다. 엄마는 늘 진주처럼 똑 부러지게 행동하라고 잔소리를 하죠. 단짝 친구이지만 민경이는 자신의 집에는 안 데려가고 민경의 집에서만 놀려하는 진주가 얄미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를 통해 할머니와 단둘이만 사는 민경이에 대해 알게 되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진주에게 배신감을 느낀 진주는 친구들 앞에서 진주가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해버립니다. 가방을 둔 채 교실을 나간 진주를 따라나선 진주는 서로를 부러워했던 마음을 털어놓게 됩니다.

 

[꽃구경]은 가장 가슴 아프게 읽었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영이네 밥상은 오늘도 김치랑 물뿐이에요. 어제 민지가 할머니 흉을 본 것 때문에 화가 난 아영이는 괜히 할머니에게 심술을 부립니다. 꽃구경 가자는 할머니의 말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온 아영이는 슈퍼 앞에서 수레에 박스를 올리는  일도 힘겨워하는 할머니를 보게 되지만 못 본 척하죠. 그러다 할머니가 슈퍼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할머니는 퇴원했지만 아영이가 해야할 일은 더 늘어났고, 저녁에는 종이 상자 줍는 일도 해야했죠. 그때 꽃구경을 갔으면 어땠을까요?

 

[넌 내 동생이야]는 반려견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들려주고 있어요. 그 아픔으로 더 단단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코끝이 찡해지지만, 조금씩 한 발자국 내딛는 모습에 감동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만족하지 못한 채 살아갈 것입니다. 그로인한 불만과 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그 아픔을 발판 삼아 더 단단해지고 성장해지고 있네요. 이 동화책이 서로의 다른 환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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