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 : 성형수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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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으레 공포물이 인기를 끌게 마련이다. TV드라마《전설의 고향》은 늦은 밤에도 이불을 뒤집어 써가면서 보곤했고, 《링》영화를 보고 며칠을 무서워하면서도 그 다음에 또다시 공포물을 찾아보곤 했다. 무섭지만 짜릿한 느낌이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인가 보다.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무더위에 공포물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오싹한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책이 머가 있을까 떠올리다 몇 해전 읽었던 오성대 작가의 옴니버스 미스테러 스릴러 《기기괴괴》가 떠올랐다. 이 시리즈는 네이버에서 매주 목요일에 연재되었던 웹툰으로 총 5권의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는데 그 중 [성형수]는 중국에서 영화화될 예정이고, [아내의 기억]은  TV 프로그램 <기묘한 이야기>에 각색되었다고 한다. 지난 번 [저주받은 갤러리]를 오싹하게 읽은 기억에 이번에는 [성형수]를 읽어보기로 했다.

 

 

 

사람마다 성형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난 자신의 콤플렉스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형을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만, 요즘은 성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다 무리한 성형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 성형에 대해서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표제작인 [성형수]는 이런 사회적 현상이 반영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과학의 엄청난 발전 탓인지, 아니면 성형의 대유행탓인지 성형을 수술이 아닌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성형수가 생겨났다. 얼굴을 물에 20분 정도 담그고 있으면 근육과 살의 성질이 달라져 얼굴을 찰흙처럼 원하는대로 주무를 수가 있는 것이다. 광고를 본 주인공 한예지는 그렇게해서 미인으로 재탄생된다. 얼굴 성형에 성공한 한예지는 날씬한 몸매를 위해 더 많은 성형수를 구입하게 되고 완벽한 미인으로 새로 태어난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은 몸은 다시 살이 붙게 되고 한예지는 운동 대신 또다시 성형수를 구입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시작에 불과하고, 또다시 주문한 성형수로 인해 한예지의 삶은 180도 달라지게 되고 이때부터 이야기는 오싹한 공포로 접어들게 된다.

 

 

[Lex Taliois]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을 적용하는 감옥이다. 사람을 숨지게 한 수감자는 똑같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가상현실이기에 실제로 죽는 건 아니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피해자의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하여 교화시키는 것이 사이버 형벌 '탈리오'의 취지인 것이다. 주인공 217호는 다수의 성추행 및 강간죄로 10년의 수감 기간 동안 총 150회의 탈리오를 받게 된다. 내게는 오싹함이 좀 덜한 내용이었으나 죄를 지은 이들에게는 오싹한 공포를 주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죄는 짓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귀신 잡기]는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외곽의 한적한 곳으로 이사한 가족의 이야기다. 많은 재산을 들여 이사했으나, 이곳은 아주 오래전 사이비 종교의 부활 의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곳을 터로 잡은 집이었다. 귀신이 출몰하는 집에서 귀신에게 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이스의 펜]은 괴롭힘을 당하는 규영의 이야기다. 괴롭힘에 대한 복수로 펜을 훔친 규영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그 펜에 생명을 주무르는 힘을 부여한다. 피를 묻힘으로써 생명을 잉태시키는 것. 그렇게 규영의 복수가 시작된다.

[상자 키우기]는 사람의 욕심이 가져오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다. 배병수에게 의문의 상자가 배달이 되고, 그 안에는 상자 키우는 법이라는 메모가 담겨져 있었다. 상자에 물건을 넣으면 물건의 값어치만큼 돈이 되는 상자는 상자가 다른 상자를 잡아먹으면 부피가 커지게 되는 것으로 상자의 식욕은 무제한이었다. 상자의 효력을 알게 된 배병수는 큰 돈을 벌기 위해 도둑질을 하게 되고, 상자의 부피를 키우기 위해 상자를 가진 또 다른 사람을 찾게 된다. 살인을 감행하며 상자를 키우는 배병수는 상자로 큰 부자가 된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도난]은 집에 있는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굉장히 오싹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내용을 곱씹어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이 가진 무서움을 공포라는 장르로 잘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던 거겠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무서운 사건들, 이 공포물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다 읽은 후에도 꼽씹어지는 이야기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다른 편에서는 어떤 오싹한 공포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이 여름에 읽어보면 정말 좋을 듯 하다. 강추!

 

(이미지출처: '기기괴괴_성형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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