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어스 프로젝트 라임 청소년 문학 42
다비드 무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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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한다. 결코 밝은 미래를 그려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미래의 지구는 피폐해졌고, 가난과 배고픔으로 절망만 가득하다. 물론 소수의 특권층은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 중의 하나이다. 2125년의 지구는 어떨까? 이 책에서도 미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피폐해졌고, 배고픔과 가난으로 버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에 각국의 정상들은 지구가 아닌 우주로 눈을 돌렸고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세계 각국은 30년간 뉴어스 프로젝트(NEP)에 어마어마한 재정을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구인을 다른 행성계, 즉 미래가 있는 엘도라도로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공해, 온난화, 그리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자연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룩한 균형을 무너뜨렸고,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환경 운동 단체의 주장 대신, 다른 행성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매주 백만 명의 지구인들을 뉴 어스로 보내기로 합의했고, 이 엄청난 계획은 대부호 기업인 아서 C. 파커의 주도하에 결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초의 월드스페이스십을 쏘아올리게 되었다. 물론 작은 충돌로 인해 월드스페이스십에 O자 모양을 그린 듯한 얼룩이 생긴 것만 빼고 말이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건물, 칙칙한 얼굴, 영원히 걷히지 않는 잿빛 안개뿐이다. 지구를 뒤덮은 스모그는 모든 것을 감싼 채 그 끈적끈적한 손가락으로 사방을 문지르고 다닌다. 나는 이 회색 천지에서 색깔 한 조각을 찾아보려고 기를 쓴다. 섬광처럼 스치는 환상조차 고작 밝은 회색일 뿐이지만, 그 정도만 해도 어디인가……. (본문 55p)

 

미래의 지구는 특권층만을 위한 돔에서 살아가는 '언터처블'과 가난과 배고픔에 살아가는 '그레이'로 나뉘어져 있다. 정부는 정의 실현 차원에서 사회적 지위 상승의 기회를 열어 놓는다는 취지로 일부 빈민가 아이들의 입학을 허용했고, 그레이에 속한 아이시스는 특례 입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한다면 고층 건물의 상층에 집을 구하거나 물에 잠기지 않는 동네로 이사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시스는 열심히 공부했다. 지각할 위기에 처한 아이시스는 언터처블의 오라이언과 부딪히게 된다. 저지대 출신 학생과 언터처블의 신체적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는 규칙이 있기에 아이시스는 퇴학위기에 처하지만 오라이언은 별일 아닌 듯 넘어간다. 이 사건 이후 아이시스와 오라이언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기간제 선생님이 밴 두이크라는 사회성 체험 학습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언터처블과 그레이가 서로 자기가 사는 동네를 데리고 가는 체험을 한 후 보고서로 제출토록 하게 된다. 아이시스와 오라이언이 한 팀이 되면서 오라이언은 아이시스가 사는 동네를 가보게 되고, 아이시스에게 더 깊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직업을 얻지 못하는 아빠, 아이를 갖게 된 엄마, 아이시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데, 다행이 뉴 어스로 가는 추첨에 당첨되게 된다. 먹거리 걱정, 버러지 같은 생활도 끝난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 기뻐하지만 아이시스는 완벽하게 좋지는 않았어도 잡동사니를 주워다가 뭔가를 만들고, 채소 키우는 법을 개발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 삶이 좋았던지라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아이시스가 뉴 어스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라이언은 NEP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뉴 어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괜히 붙은 게 아니야. 지구는 죽어 가고 있어. 우리 엘리트들이 수백 년간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지. 공해, 기근, 전염병……, 그런 것들은 다 지구가 앓고 있는 진짜 병의 결과일 뿐이야. 그 병의 진짜 이름이 뭔지 아니? 바로 '인구 과잉'이야. 우리가 지구의 재화를 보잘것없는 자들과 왜 나눠 가져야 하지?" (본문 167p)

 

이 소설은 영화 《어벤져스》, 소설 《헝거게임》 등 다양한 소설과 영화에서 봐왔던 소스들이 보인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식상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시스가 보여주는 희망때문일 듯 보인다. 척박한 환경에서 식물을 키우고, 아이들을 위해 교육을 하고, 좀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막막해보이는 미래에 커다란 희망을 보여준다. 과학의 발달은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오긴 했지만, 점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많은 이들이 환경보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잠시 멈춰져서야 지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가지다. 이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 할머니의 대사. 아무리 말해도 부족한 환경보존, 우리의 미래는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는 지구를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것이다." (본문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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