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자란다 단비청소년 문학
이지현 지음 / 단비청소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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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보면 아동학대, 가정폭력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자신의 힘을 약자에게 과시하는 그릇된 행동에서 비롯된 그들의 행동은 누군가의 희망과 미래를 앗아가버린다. 그래서 더 나쁜 행동이며 꼭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이다. 단비청소년 《소년은 자란다》를 읽는내내 먹먹하고 슬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으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어 웃으면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영우는 열네 살이지만 아버지의 폭력으로 성장이 멈춰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키도 초등학교 5학년에 머물러 있었다. 아버지가 영우를 때리는 이유는 시시때때로 바뀌었는데 아버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주먹이 날아왔다. 영우는 매를 맞다 보면 몸이 점점 줄어들어 딱정벌레나 바퀴벌레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했다. 차라리 그대로 짓이겨져 형체도 없이 사라지거나 먼지가 되어 훌훌 날아가 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사라져 버리고 났을 때 엄마 걱정에 마음이 약해지곤 했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밖에 나가서는 입도 뻥긋하지 마.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게 될 거야." (본문 14p)

 

매질이 끝나고 나면 아버지는 반드시 이렇게 협박을 했고 영우는 점점 말이 없는 아이가 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수업 중인 교실로 찾아왔고 그렇게 엄마와 영우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쳤다. 엄마는 흔적을 남기면 아버지가 찾아올 수 있다는 이유로 영우가 학교를 다닐 수 없으며, 아주 용감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영우와 엄마는 아버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돌고 돌아 서울 중심지인 종로에서 정착하게 된다. 엄마와 영우는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있는 집에 살게 되었고, 엄마가 돈을 벌기 위해 나가있는 동안 영우는 혼자 동네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불량한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하게 된 영우는 할아버지에게 택견을 배우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영우를 노인정에 데리고 다니면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택견을 배우면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억울하고 분할 때는 돌멩이라도 걷어차야 돼. 안 그러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본문 64p)

"시간이 내 편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어. 그 말을 너에게 해 줄 줄은 몰랐구나. 시간이 네 편이라는 걸 잊지 마라. 너는 지금 자라는 중이야." (본문 140p)

 

그렇게 택견을 배운 영우와 친구들은 택견 배틀에 나가게 되고 그 동영상을 보게 된 아버지가 영우와 엄마를 찾아오지만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한다. 하지만 언제 또 아버지가 찾아올지 몰라 영우와 엄마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무광 아저씨를 만나 영주의 한 숲속에서 살게 된다. 잠시만 있다가 떠나려 했던 그곳이 좋아 엄마와 영우는 5년을 살게 되었지만,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외할머니의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엄마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게 된다.

 

희망, 미래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겠다는 엄마의 간절함이 너무 애잔하다. 아이와 엄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던 엄마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이 먹먹했다. 다행이도 엄마와 영우를 도와주는 세상의 따뜻함이 있어 그들의 희망과 미래가 다시 싹 틔워졌을 때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여전히 우리 가까이에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영우가 존재할지 모른다. 이 책은 영우가 또 다른 영우에게 주는 용기이자 희망이며 공감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세상의 영우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프지만 들여다 봐야 할 이야기였으며 슬프지만 또 따뜻한 이야기였다.

 

"은혜는 그렇게 갚는 게 아니야. 나한테 뭘 조금이라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딴 사람한네 베풀어. 너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거야." (본문 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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