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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어떤 일을 계기로 고양이가 무서워졌던 나는 몇 해전부터 고양이와 관련된 많은 책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 무서움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만큼 고양이는 사랑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이라. 그런 탓인지 최근에는 강아지를 소재로 하는 책보다는 고양이를 소재로 하는 책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 이번에 읽어보게 된 책은 소담출판사 《검은 고양이 카페》로 이 책의 저자 다카하시 유타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애묘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인물이라고 하니 나 역시 기대가 된다. 요즘은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이들이 고양이 카페를 자주 애용하는 듯하여, 제목으로 보아하니 그러한 고양이 카페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예측을 하게 되지만 상상이상의 내용을 보여주기에 나와같은 섣부른 예측은 피하길 바란다. 확실한 것은 이 책을 읽다보면 고양이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니 주의(?)하길.
서른 살을 코앞에 둔 구르미는 사이타마 현 가와고에 시에 있는 다세대 주택에 혼자 살고 있다. 출판사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던 구루미는 출판사가 어느 기업과 경영통합을 하면서 경영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6개월 전 해고되었고, 생활비를 아끼려고 숙주 볶음과 낫토만 질리도록 먹고 있는 실정이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고, 고용지원센터에도 다니고 인터넷 구인 광고도 샅샅이 살펴보았으며 심지어 구인 잡지까지 사서 꼼꼼히 들여다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집세와 각종세금도 내야하는데 실업급여도 이번 달까지 받으면 끝이나기 때문에 다세태 주택에서 쫓겨날 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평범한 인생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거라는 막막한 느낌이 들자 구루미는 숨이 턱 막히고 꼭 죽을 것만 같아서 도망치듯 집에서 뛰쳐나갔다.
산책을 시작한 구루미는 가와고에의 히키와 신사에 들어가 일자리를 구하게 해달라고 절을 하고 나서 히카와 신사 옆으로 흐르는 신가시가와 강을 바라보다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택배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때 강 한가운데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고, 택배 상자 안에 검은 고양이가 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태풍이 다가온다는 뉴스를 본 구루미는 내버려 두었다가는 택배 상자 통재로 둥둥 떠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 전환을 하려고 산책을 나왔다가 졸지에 고양이의 운명을 책임질 처지에 놓였음을 깨닫는다.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강이 범람할 수도 있기에 구루미는 빗속을 헤치고 강기슭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치 감춰 놓은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 석상을 발견하게 되고 눈앞의 석상에 대고 잘됐으면 좋겠다며 조용이 기도한 후 어렵게 고양이를 구해낸다. 그리곤 흠뻑 젖은 채로 잠시 검은 고양이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던 중 노부인 구로키 하나를 만나게 되고 노부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로 구루미와 고양이를 초대한다.
카페에서는 숙식이 가능한 카페 점장을 모집하고 있었고 다음날 일자리를 부탁하기 위해 카페를 다시 찾은 구루미는 하나 씨 대신 자신을 구로키라고 소개하는 잘생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미남 구로키가 자신이 카페 점장이라 하자 구루미는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사실에 슬퍼하는데 이 남자가 자신의 집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다. 구로키는 자신이 구해준 검은 고양이였던 것이다.
"나의 집사가 되어줘."
"……네?"
"고양이 목걸이를 원해."
"네?" (본문 63,65p)
해가 지면 잘생긴 남자로 변하는 고양이 구로키 포와 구루미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고, 이제 카페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고양이와 집사들이 모여들게 된다. 그렇게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서로 의지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들이 고양이들의 매력이 더해져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저 고양이만으로도 매력이 철철 넘쳐 사랑스러운데, 잘생긴 남자로 변신까지 하다니??!! 이들이 가진 사연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흡입력도 좋고, 신선한 소재도 마음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