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하루 라임 청소년 문학 41
아나 알론소 외 지음, 김정하 옮김 / 라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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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등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증상은 아니였습니다. 지금은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증상을 들어냄으로써 예전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꼭꼭 감추고 있지요. 물론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강박증'이라는 증세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주인공 아나의 삶이 많이 힘들고 지쳐보였으니까요. 이런 마음의 병을 혼자 아픔을 끌어안을 필요가 없으며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닫기도 했지요.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등과 같은 마음의 병은 결코 낯설지가 않습니다. 이 책은 불안한 하루를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되어줄 듯 싶네요.

 

충동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해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 병균과 병에 대한 공포와 걱정.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이나 신체의 다른 부위를 반복해서 씻는 행동. 어떤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함.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 행동이나 문장을 반복하게 하는 행동. 하나의 과제를 확실하게 완료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어떤 문장을 여러 번 읽거나 쓰는 행동. 자신이 다치지 않았고, 다른 사람도 다치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 어떤 물건을 반복적으로 만지는 행동. (본문 68p)

 

이는 이 책의 주인공인 아나의 삶의 축약판입니다. 반 친구들은 아나를 이상한 아이로 생각했으며 아무도 아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요. 그래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할 수 있었을 줄 알았던 사회 수행평가 발표였지만 아나는 이번에도 망치고 말았습니다. 고대 이집트에 대해서는 자신있었던 아나의 발표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순간 왕비 네페르티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한 탓에 준비해 두었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지요. 아나는 다시 불안감이 밀려들었고 절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죠. 하지만 아나의 발표를 푹 빠져들었던 이가 있었습니다. 전학온지 얼마 되지 않은 브루노였지요. 브루노가 아나에게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하면서 이들은 친구가 됩니다. 아나는 브루노가 좋아하는 반지의 제왕을 함께 보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아나의 엄마는 언제 경련을 일으킬지 모르는 아나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브루노는 아나를 위해 이번 수학여행을 베를린으로 가는 걸 추진하지만 아나는 갈 수 없습니다. 결국 아나는 브루노에게 자신의 강박증에 대해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지요. 브루노는 당황했고 아나 역시 이별을 예감했지만, 강박증에 대해 알아본 브루노는 아나의 부모님을 찾아가 아나의 베를린 여행을 제안합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빛나는 모든 것이 금은 아니듯, 떠돌아다니는 사람이 모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복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있는 그대로 완벽하니까. 그래 보이지 않나요?" (본문 127p)

 

이 책은 아나와 브루노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구성된 이야기로 아나와 브루노의 용기와 우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청소년들은 두 주인공을 눈여겨 보겠지만, 저는 아나 부모님을 눈여겨 보게 되네요. 아나를 걱정하지만 상처받고 상처주지 않기 위해 혼자두기에 급급한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하게 보여지네요. 이 작품은 아나의 심리 그리고 아나를 둘러싼 가족친구들과의 관계 등이 섬세하게 그려져있네요.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메시지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에요. 불안한 자신을 자포자기 상태로 둔 채 혼자 힘겨워하던 아나에게 다가온 브루노의 손길이 너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줄 책이기에 꼭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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