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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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칭 ‘대한민국 사회 부적응자’ 박건우와 ‘일본 활동형 히키코모리’ 미키가 만나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하고, 오로지 느낌 하나로 결혼한 뒤, 스스로 ‘글로벌 거지 부부’라 칭하며 집도 절도 없이 인도, 라오스, 태국 등지의 동남아시아를 떠돌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었던 《글로벌 거지 부부》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전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표지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글만으로도 기대가 가득되는 책이다. 독자인 나보다 젊은 저자이지만 삶에 대하는 자세는 나보다 훨씬 성숙되어 있다.

 

천운 덕에 이소룡보다 오래살고 있는 삼십육세. 시대를 풍미하고 요절한 젊은이들의 나이를 넘는 순간부터 지금 삶은 덤이라며 매일 새 삶을 누리고 있다. (표지 날개中)

 

이 책은 68일간의 대만 도보 여행을 통해 걷는 사람들의 동물적 고민과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여행이라는 건, 일상의 답답함이나 무료함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 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하곤 했는데 이들의 여행은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는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기름보일러에 등유 한 방울 넣지 않고 밤을 지새우는 서울 한파를 피해 대만 땅을 걷기 시작한 부부는 자신의 키 반 정도나 되는 배당을 짊어져야 하고, 호텔이 아닌 텐트를 쳐야만 하는 고단한 여행이다. 텐트도 마음대로 칠 수 없고 때로는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몸 하나 뉘이는게 쉽지 않다. 차를 이용한 편한 이동이 아닌 도보 여행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쯤되면 왜 이런 힘들고 어려운 여행을 사서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걸은 지 10km도 안 돼 미키가 퍼져버렸다. 미키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피로가 밀려왔다. 낮잠을 간절히 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은 모래 이불을 덮고 잘 수 있는 백사장이 아니었다. 억지로라도 걸어야했다. (본문 233p)

 

하지만 차를 타고 갈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느리게 천천히 갈 때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구호물자를 받기도 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집에서 잠을 자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니 이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에서는 만날 수 없는 행복함일 게다. 바로 이것이 이들이 도보여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나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야영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운전자는 서둘러 뒷자석을 치우며 말했다.

"여기 바로 앞이 내가 사는 곳이니 괜찮다면 자고 가요."

(중략) 집에 있던 가족들은 오밤중에 뜬금없이 나타난 두 외국인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말이 서툴렀기에 속에 담긴 감사하다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결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표정은 이미 '감사' 그 이상을 표현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 40,41p)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서로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것일 게다. 68일간의 밀착은 짝을 관철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고, 이 기간을 다투면서도 버텨줄 사람도 배우자였으니까.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고생을 하게 될지도 에상하지 못했고, 서로 얼마나 다투게 될지도 몰랐고,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될지도 몰랐지만 그들을 이 여행으로 평생 회자될 추억 거리가 생긴 것만은 장담했다. 느리게 천천히 걸은 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

 

 

그간 총 20번의 학교 야영, 9번의 종교 시설 숙박, 8번의 민가 초대, 7번의 카우치서핑, 1번의 민가 침입 등으로 잘 곳을 해결해오면서, 구호물자를 무려 51번이나 받았다. 그 덕택에 성한 몸으로 다시 타이베이에 왔다. 간절히 바라던 여정이 드디어 드디어… 끝났다. (본문 341p)

 

(이미지출처: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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