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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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는《등 뒤의 기억》《기억 깨물기》《우는 어른》《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저물 듯 저물지 않는》《개와 하모니카》《홀리 가든》등으로 내게는 꽤나 익숙한 작가이다. 지금까지 느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굉장히 섬세하고 잔잔하며 담담했으며 때로는 난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자꾸 끌리는 매력적인 작품들이었기에 그녀의 작품은 꼭 찾아 읽어보게 된다. 이번 작품 《별사탕 내리는 밤》은 두 자매의 사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로 조금은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있다.

 

"별하늘을 볼 때면 생각하곤 했어. 저건 전부 별사탕이라고."

물론 진짜로 그렇게 믿고 있었던 건 아니야, 라고 엄마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양으로 생긴 걸 달리 더 알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상상하는 수밖에 없었어. 저건 하양, 분홍 별사탕이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거라고." (본문 144,145p) 

 

이 소설은 사와코, 미카엘라, 미카엘라의 딸 아젤렌의 일상이 번갈아가면서 담겨진다. 사와코와 미카엘라는 아르헨티나의 일본인 거주지에서 나고 자란 자매로 어린 시절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그 약속은 일본 유학 중에 만난 다쓰야로 인해 깨지게 된다. 사와코는 다쓰야와 결혼하여 일본에 남게 되고, 미카엘라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를 아이를 임신해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20년 후 사와코는 연극 같기만 한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이혼 서류를 남긴 채 연하의 연인인 다부치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딸 아젤렌과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미카엘라의 일상은 언니 사와코의 등장으로 흔들리게 된다. 사와코를 따라 아르헨티나에 온 다쓰야, 다부치를 택하는 사와코, 그리고 다쓰야와 재회한 미카엘라, 이들의 이야기가 아르헨트나에서 다시 시작된다.

 

사실 서로의 연인을 공유한다는 설정이 조금은 파격적, 또는 놀라운 설정이다. 하지만 자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들의 약속이 조금은 이해할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계 아르헨티나 이민자 2세였던 자매에게 결혼이 하나의 전략이 되었던 어른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민자의 운명-속에서 자매는 서로에게 더 단단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설정을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이민자에게 거처를 확보한다는 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영원히 영향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운명은 비단 사와코나 미카엘라 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출판사 서평 中)

결국 이 소설에서 작가는 사랑, 결혼, 이민자, 삶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땅을 계-속 파나가면 일본에 가닿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별사탕을 묻었어."
"별사탕을 묻으면 그게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고 상상했어. 여기서 보는 별은 이를테면 일본에 사는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 같은 아이가 일본 땅에 묻은 별사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본문 235.236p)

 

 

(이미지출처: '별사탕 내리는 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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