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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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영화 개봉 예정'이라는 설레임과 달리 책제목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더욱더 무거운 느낌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책표지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나면서 왜이렇게 밝고 예쁜건지, 자살과는 다른 상반된 느낌을 주네요. 그래서인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었던거 같아요. 이 책의 저자 소피 드 빌누아지는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합니다. 책 제목, 그리고 상반되는 표지, 처음 소개되는 작가, 그리고 영화화 확정이라는 이 네가지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정직하게 말할까요? 크게 도와줄 건 없어요."
"좋습니다, 그럼 여길 왜 왔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사실 자살한 동기는 많지만……. 내가 온 건, 그러니까……."

"확신을 갖기 위해서?"
"네, 바로 그거예요." (본문 20p)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의 주인공 실비 샤베르는 45세로 부모는 돌아가셨고, 애인도 자식도 없고, 친구도 거의 없고, 번듯한 직장은 있으나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거의 없는 독신녀입니다. '자식을 갖기에도, 한 남자를 갖기에도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이런 그녀는 이런 무의미한 삶을 끝내기에 가장 매력적인 선택이 바로 자살이라고 확신하게 되고, 크리스마스날에 죽기로 결심합니다. 그녀는 위안을 위해 누군가에게는 죽고 싶다는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심리치료사를 찾아가게 되지요. 심리치료사는 부끄러워서 절대 하지 못한 일을 찾아보라는 것, 비난받아 마땅해보이는 짓을 저지르라는 것 등의 숙제를 내주지만, 오히려 자신이 똥이 되는 결과가 나올 뿐이었죠. 그러자 그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섹스를 하기로 합니다. 물론 그 성공으로 기분이 좋아졌지만 실비는 여전히 자살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다 실비는 지하철역 플랫몸에 신음하는 노숙자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지만 그녀는 숨을 거두게 되고 실비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 여자는 누구일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24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이제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추운 방에 누워 있는 게 나였을 수도 있다. 이 여자가 나라면……. (본문 156p)

 

 

이 소설은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실비를 통해 희망과 격려,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외로움과 무력감에 지쳐있던 실비가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과정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어요. 이제 더는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되기까지 실비는 스스로 노력함으로써 극복했던 거지요. 이 과정들이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답니다. 무거울 거라는 이야기와 달리 곳곳에 웃음을 배치하여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도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랍니다.

 

(이미지출처: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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