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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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라는 건 정말 흥미로운 소재이다. 영화 《해리포터》시리즈나 최근에 개봉된 《신비한 동물사전》시리즈 등에서 보았듯이 마법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동경하고 호기심을 갖는 소재가 아닐까 싶다. 북폴리오 《마틸다의 비밀 편지》는 우리가 흥미로워할 만한 마법사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리포터》처럼 마법에 관한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낸 것은 아니다. 공중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벽을 그대로 통과하거나 몇 초 동안 강철 몸으로 변하고 돈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 마법의 대가 반열에 오르지만 라디오 수리공, 발명가, 심리치료사 등으로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파흐로크가 손녀 마틸다에게 자신의 삶의 여정을 기록한 편지를 담아낸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리스와 슈테판,

파흐로크가 나를 유언 집행인으로 지정했어. 열두 통의 편지를 동봉한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파흐로크가 손녀 마틸다에게 쓴 편지야. 파흐로크가 첫 번째 편지를 쓸 때 마틸다는 생후 3개월이었어. 그리고 아이가 다섯 살 6개월이 되었을 때 파흐로크는 마지막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미처 끝맺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 마틸다가 성년이 되어 이 편지를 펼쳐볼 때까지 부디 무탈하게 자라기길. (본문 7p)

 

이 소설은 이렇게 파흐로크의 두 번째 부인 레일란더의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파흐로크의 편지가 시작되는데 그는 마틸다에게 편지 한 통에 마법 한 가지씩 주제로 삼아 편지로 자신의 중요한 마법 경험들을 전하려 한다. 그렇지만 이 편지가 다른 사람의 손에 흘러 들어갈 수도 있기에 그는 마법 기술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고 손녀를 보호하기 위해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경험하고 깨닫게 된 삶의 지혜를 말하고자 한다. 그러니 마법사, 마법이라는 소재가 주는 흥미와는 조금은 거리가 먼 내용이기에 괜한 기대는 접어두길 바란다.

 

사랑하는 마틸다, 끈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배우렴. 모든 능력들은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저절로 얻어지는 법이란다. 때로는 오랫동안 발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마법은 어느 순간 선물처럼 나타난단다. 네가 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즐거울 때면 네가 아직 못하는 것에 대한 씁쓸함도 잊지 말거라. (본문 34p)

 

인디언 부족인 파이우트족 혈통인 아버지 존 파흐로크와 베를린 태생인 어머니 마리안느 사이에서 태어난 파흐로크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게 되고 세계대전으로 굶어 죽을 지경이었을 때 팔 늘이기 마법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슐레스제크 선생님으로부터 마법을 익히게 된다. 파흐로크는 슐레스제크 선생님을 만나 마법을 배우고 마법의 대가 반열에 오르기도 하지만 슈나이데바인이라는 마법사와의 악연으로 나치의 압박을 받기도 하며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전쟁, 다양한 직업과 세계 여행 등으로 100년이 넘는 삶을 살아온 파흐로크는 아기인 마틸다가 팔 늘이기 마법을 선보이는 것을 보면서 자기의 경험을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두려움은 나쁜 것이 아니란다. 네가 맹수가 되지 않도록 막아주니까. 하지만 두려움은 영혼을 좀먹는다. 계속해서 두려움에 시다리는 사람은 어느 순간 두려움이 없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지. 두려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자신하지 말거라. 차라리 두려움에게 자리를 주고 반려동물처럼 길들이렴. 가끔 으르렁거리거나 할퀴는 것을 허용하되 너무 버릇없이 굴거나 뚱뚱해지지 않도록 선을 분명히 긋도록 해. 그렇게 하면 두려움은 유용한 도구가 될 거야.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심어주거든. (본문 37p)

 

행운은 오래 유지될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진단다. 새떼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지. 하지만 영영 가버리는 것도 아니야. 또다시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 다른 곳에 깃들었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어. 행운은 그저 지루한 게 싫어서 그런 거니까. (본문 386,387p)

 

한 때 엄마나 아빠가 딸에게 건네는 조언이나 메시지 등의 내용을 담은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된 적이 있었다. 이들이 에세이 형식으로 내 아이에게 삶의 지혜를 담아냈다면, 《마틸다의 비밀 편지》는 소설이라는 장르, 마법이라는 소재로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 걸맞는 재미를 주기 보다는 에세이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이라는 소재로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한 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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