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엄마의 시간 우리의 시간이 만나는 ‘지금’ - 엄마와 딸의 유럽 자동차 여행
정가영 지음 / 가치창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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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는 딸과 둘만의 여행, 아들과 둘만의 여행이다. 지금까지는 네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여행을 해왔지만, 두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둘만의 여행을 하고 싶었다. 딸은 엄마의 친구로서, 아들은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서로 다른 느낌의 여행이 될 듯 싶었다. 그 느낌은 어떨까? 아직은 상상에만 그칠 수 밖에 없는 그 느낌을 나는 《나의 시간 엄마의 시간 우리의 시간이 만나는 지금》이라는 책을 통해 미리 느껴볼 수 있었다. 나도 엄마이기 이전에 딸이었고 엄마라는 든든한 빽이 있었다. 든든한 빽을 잃고 난 뒤 허전함은 겪어보지 못한 이들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

 

 

엄마가 엄마와 이별했다.

길 잃은 아이 같은 엄마의 눈을 보며 그녀가 겪고 있을 허전함을 달래주고 싶었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떠난 빈자리에 딸이 있다고. 마음껏 내게 기대도 된다고.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그 허전함, 내가 전부 다 채워줄 수는 없겠지만 엄마와 함께 그 슬픔을 나누겠다고. 그리고 옆에 있겠다고.

그래서 엄마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겐 엄마와 함께한 여행이었다. (뒷표지 中)

 

이 책은 엄마가 엄마와 이별한 후 그 허전한 빈자리에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딸과 엄마가 함께 떠난 유럽 자동차 여행을 담은 책이다. 자동차를 몰고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일, 시칠리아, 몰타 등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엄마와 딸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인생의 버팀목인 엄마. 그런 엄마와 난 여전히 서로 손을 잡고 길을 걷지만 10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엄마와 딸의 역할을 뒤바꿔놓았다. 엄마와 둘만의 여행길에 올라 모녀간에 너무나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어찌 보면 내가 아직 오롯한 엄마의 딸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한다. (본문 7p)

 

때로는 사이좋게, 때로는 티격태격 여느 모녀 사이가 그렇듯 여행 중의 소소한 일상이 많은 모녀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듯 싶다. 여행은 저자에게 경험이자 깨우침이고 성장이라면, 엄마에게는 더 깊은 지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여행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여행지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어 독자들은 당연하게 여겼을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함께 나눌 수 있는 고민과 공감, 엄마와 딸의 모습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가족이라는 특별한 인연 등에 대한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행을 하며 가장 많이 떠오르는 가르침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익숙한 것들로부터 한 발만 떨어져서 보면 스스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내 나라를 떠나면 나는 그저 한 사람의 외국인에 불과하다. 생김새도 언어도 소수자의 신세가 되고, 내가 누리는 풍요로움과 안락 그 모든 외적인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 내면이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해간다는 걸 느낄 때, 나는 비로소 여행이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마음에 되새기게 된다. (분문 34,35p)

 

 

여행으로 담아낸 사진들은 또다른 볼거리가 된다. 마치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나중에 딸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이 함께 어우러진다. 더불어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후회 등도 자리잡았다. 딸아이가 자라면서 엄마가 떠나간 빈자리를 더욱 메워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을 통해 딸과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은 생각하게 되고 더 깊은 유대감을 갖게 되었다. 가까운 미래에 있을 우리 두 사람의 여행길이 기대된다.

 

(이미지출처: '나의 시간 엄마의 시간 우리의 시간이 만나는 지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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