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가든 (리커버) - 개정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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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는《등 뒤의 기억》《기억 깨물기》《우는 어른》《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저물 듯 저물지 않는》《개와 하모니카》등으로 내게는 꽤나 익숙한 작가이다. 지금까지 느꼈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굉장히 섬세하고 잔잔하며 담담했으며 때로는 난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자꾸 끌리는 매려적인 작품들이었기에 그녀의 작품은 꼭 찾아 읽어보게 된다. 이번 작품 《홀리가든》은 한국 출간 기념 10주년을 맞아 출간된 리커버 개정판이다. 소녀 감성이 담긴 일러스트의 책표지가 눈길을 끄는 이 소설은 소꿉친구 가호와 시즈에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이다.

 

어른임을 잊지 않기 위해 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가호.

규칙적인 생활, 규칙적인 삶, 올 라잇.

늘 올 라잇한 인생을 살아온 시즈에.

 

함께한 시간만큼 많은 금기를 지닌 그녀들의 평화롭고도 위태로운 하루를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감성으로 한 장면, 한 장면 사랑스럽게 포착한 장편소설 (뒷표지 中)

 

가호와 시즈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20년 친구 사이로 이 소설에서는 시즈에와 가호의 각각의 시점이 반복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가호는 5년 전에 끝난 쓰쿠이와의 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사를 할 때마다 비스킷 깡통과 차마 깨뜨리지 못한 파란 장미 무늬 홍차 잔이 담긴 머스캣 상자를 가지고 다닌다. 반면 시즈에는 아내와 19살짜리 딸이 있는 남자와 원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 그 사람과 있는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지만,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나면, 혹은 자신이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 나면 가호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과거의 기억에 매달리는 가호, 오직 현재를 즐기는 시즈에,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기에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랜 시간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지켜보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있기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친구 관계를 지속한다.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대부분은 클라이맥스가 없이 진행되곤 했는데 이 소설 역시 큰 사건이나 클라이맥스가 없지만 캐릭터만으로도 작품이 완성되고 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그녀만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 듯하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만으로도 이 소설은 재미를 주고 있는 이는 우리들의 일상의 풍경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야기 곳곳에 담겨진 현실적인 내용들은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담겨져 있다. 특히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가진 이야기들은 독자 개개인에 따라 공감하는 부분이 달라질 듯 한데 이 소설이 주는 재미가 바로 여기에 있을 성 싶다.

 

25년지기 친구와의 관계가 문득 생각난다. 다르지만 서로의 삶에 뒤섞여있는 가호와 시즈에를 보면서 같으면서도 다른 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된다. 관계 유지를 위해 서로간의 선을 넘지않는 친구 사이, 그 오묘함과 끈끈함.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마다 느꼈던 그녀의 섬세함과 단아함, 그리고 담담함이 이 소설에서 정말 잘 어울리는 듯 했다. 과거, 현재, 그리고 일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섬세함이 매력적인 작품 《홀리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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