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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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확정된 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은 성장 속도가 보통 사람보다 15배 느린 희귀한 병(?)을 가진 톰 해저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난 늙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놓고 싶다. 나를 보고 사십대 즈음이라 생각했다면 당신은 감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나는 늙었다. 그냥 늙은 게 아니라 나무나 대합이나 르네상스 그림만큼 늙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나는 5백여 년 전에 태어났다. (본문 10p)

 

삶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 하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현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처럼 삶의 시간을 붙잡고 싶어한다. 1581년 3월 3일에 태어났다며 자신의 소개하는 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도깨비》를 떠올리게 됐다. 늙지도 죽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가던 주인공 도깨비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벌이라 이야기했다. 고려시대부터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겪어야 했던 도깨비, 신분을 바꿔가면서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이 책의 톰과 닮아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잘 모르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어떤 조직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밀을 알아내고, 또 믿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짧은 삶을 더 짧게 살다 가야한다. 위험은 보통 사람들로부터만 오는 게 아니다. 내면으로부터도 오는 것이다. (본문 13p)

 

1581년 태어난 톰은 변하지 않는 외모로 사람들의 의심을 받게 되고, 톰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늙지 않는 마법을 걸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물속에 던져진다. 톰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딱 한 번 사랑에 빠졌다. 아내 로즈의 죽음으로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으로 떨어졌고, 그 후 몇 세기 동안 그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비밀을 가진 딸 매리언을 찾기 위해 400여년을 살아왔다. 원래 이름은 에스티엔느 토마 앙브루아즈 크리스토프 아자르였던 그는 톰 해저드가 되어 이제 런던에서 역사선생님으로서 새 인생을 살게 된다. 톰과 같은 비밀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앨버트로스'를 조직했고 톰은 리더인 헨드릭에 의해 조직에 가입하면서 8년마다 헨드릭의 지시에 따라 계속 신분을 바꾸며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조직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인간을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톰은 불어선생 카미유에 끌리게 된다. 한편 톰은 1767년 친구가 되었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추장 오마이를 조직에 가입시키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이 두 가지에 대한 톰의 고민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본성, 살아가는 방법에 물음에 대해 답을 쫓고 있다. 톰의 기구한 삶과 그의 고민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될 것이다. 드라마와 전체적인 이야기와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그들의 고민은 닮아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의 삶과 고민 속에서 독자 스스로의 삶,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독특한 설정이지만 전반적으로 지루한 느낌을 가진다. 그 느낌이 왠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잘 어울리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톰과 비슷한 나이(살아온 시간 말고..나이로)에 내가 삶, 시간, 사랑 등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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