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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소년 우기부기 ㅣ 웅진책마을
김경민 지음, 박정섭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1월
평점 :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거미 북입니다.
도와줘,
혼자서는 무서워 날 도와줘
돼지 자존심도 없는 꿀돼지
얄밉다
그러고 보니 저 가방 때문이야. 저 가방을 올려 놓는 바람에 내가 엄마를 잃어 버렸어.
꼭 쫓아내자. 그래야 우리 엄마도 마음 놓고 돌아올 수 있을거야.
여진욱 힘내, 조민기보다 잘 할 수 있어.
-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마음속의 상태들이랍니다.

무언가 불만이 있고 짜증스럽기만 한데 말로는 표현이 안될때,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정확하게 찝어내는것이 안될때 나의 상태를 콕콕 찝어줄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아이도 어른도 대중가요를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건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노랫말 가사에 있 듯이요. 우리 친구 진욱이 에겐 그런 친구가 있답니다.
나도 모르던 나의 마음을 들려주는 아주 자그마한 친구 거미 북 이지요.
그 친구가 사는곳은 진욱이의 귓속이구요
진욱이가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던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을 삼아야만 하는 이유는 엄마의 재혼 때문이랍니다. 이혼 후 미용실을 운영하면 단둘이 살았을때는 그나마 행복했는데, 불광동 조용필이라 불리우는 밤무대가수 아저씨와 엄마가 재혼을 하면서 같은 나이의 동생이 생겨버리고 원치않은 새아빠까지 생겨버린것이지요.
거기에 모범생이자 공부도 잘하는 녀석이라니, 만화만 좋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나와는 비교가 되어도 너무나 비교됩니다. 새아빠 또한 베짱이 처럼 빈둥빈둥 놀기만하고 바쁜 엄마를 부려먹기만 하는것이 영 마음에 들지가 않구요.
언제나 자신의 편이었던 엄마는 동생 민기편만 들고, 나만 혼자인듯 외롭기만 합니다. 가족이 늘었는데도 말이지요. 나만을 빼놓은 채 새로운 가족이 형성된 듯하여 마음은 자꾸만 허해지는데 그것을 제대로 표현못하면서 점 점 더 말썽쟁이로 낙인이 찍혀가구요.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공감 100%의 이야기들입니다.
어찌보면 아이들 동화에서 너무도 진부한 소재가 될수 있는 애기였는데요 거미소년 우기부기는 여러 장치들로 특별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내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미 북, 만화광과 발명왕의 대립된 구조, 게다가 미용실을 하는 엄마와 노래만 부르는 아빠의 상반된 생활력, 그리고 결정적인 장치가 하나 더 있었으니 그건 여진욱이 표현하는 만화 우기부기였답니다.
우리집에서 몰아내고 말거야 굳은 다짐을 하게 만드는 얄미운 조민기를 도저히 현실속에서 이길수 없어 만들어낸 만화속 주인공이랍니다.
거미 북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진욱은 만화 우기부기를 통해 불만과 답답함을 해소합니다. 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도 합니다.
그리곤 엄마의 사랑을 앗아간 조민기에게 날리는 분노의 킥을 스스로 거두어 들인다 할까요?
현실적인 엄마와 민기가 짝궁이라면, 배짱이 같은 감각으로 한편을 먹는 주인공과 새아빠입니다.
창의령과 상상력과 현실의 오묘한 조화속에서 내마음을 들여다 보는 연습,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여유를 찾아가는 길,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 보이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