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선생님 장편소설 , 비탈진 음지 국민소득 5만불의 시대와 국민소득 20만불의 시대에도 변함없이 존재하는 건 가난한 사람들이다. 국민소득이 오르면 오를수록 돈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더욱 더 가난해지는 사람이 생기는게 현실이다. 국민소득이라고 하는 평균치는 가만이 있어도 거저 굴러오는 부호들이 높여주는 숫자일 뿐 더욱더 각박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많아지는게 현실이요, 미래도 되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진다 1973년 처음 발표된 후 40여년만에 새로이 개작, 재 출간된 비탈진 음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문학으로 승화시켜주는 조정래 선생님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그건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더 각박해져가는 사람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도 있었다. 책 속의 주인공이 매정하고 몰인정하며 냉정하고 삭막한 서울사람들에 강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은 돈 많은 권력가들에게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라는 차이일 뿐... 일제 감정기를 지나 6.25전쟁까지 겪었던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산업화의 붐을 타고 다른 누군가가 부를 축적해가는 사이 조금이나마 가졌던 것을 빼앗겨야만 했던 사람들에겐 더욱 더 고통스러울수밖에 없는 삶 이었다. 복천영감은 한평지기 있던 땅을 마누라 병원비로 모두 탕진해버린 후 두 자녀와 함께 서울로의 야밤 도주를 한다. 남의 소를 빌려 몰래 팔아버린 돈을 쥐고 가는터라 앞으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길이었다. 3년의 병고끝에 죽음을 맞이한 아내와 돈을 벌어보겠다고 5년여전 떠나버린 큰 아들까지 마음에 묻고는 이제는 불행이 끝이기 바라는 길 이기도했다. 하지만 새로이 시작한 서울생활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으니 맨 몸으로 살아보겠다고 찾아간 공사판에서도 동대문시장의 지게꾼에게도 어렵게 시작한 땅콩장사도 모두 실패하고 만다. 기득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알량한 재산을 훔쳐가는 사기꾼들에 도둑을 맞은것이다. 그리곤 어렵게 어렵게 시작한것이 칼갈이였다. 서울에 정착한지 6년 그렇게 선택한 칼갈이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중이다. 오늘도 서울 골목길을 누비며 하루종일 소리를 낸다. 카알 가알씨이 카알 가이씨요. 걸판지게 육자배기를 부르던 소리로 하루의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순탄치가 않다. 칼 가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날 하루종일 소리만 질러야했던 날 복천영감은 얼음에 채운 시원한 콜라한병 생각이 굴뚝이다. 콜라만 마시면 40원이요, 병채 들고가면 45원인 콜라대신 시악씨 나 찬물 한그럭 얻어 묵었으면 쓰겄는디 라고 어렵게 말을 건넸다가는 봉변까지 당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더불어 살아가는 정은 있었으니 서울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떡장수 아주머니와, 식모아가씨, 복권파는 소녀가 그 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평탄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어느날 갑자기 모든 식구가 허망을 죽음을 맞이하는가 하면, 몸을 버린것도 부족혀 도둑 누명까지 쓴 채 내쫓김을 당하는 식모아가씨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가난이라는 놈이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복천영감은 또 다른 시련앞에 놓여있다. 비탈진 음지를 정녕 벗어날 방도는 없는것인가..... 너무도 적나라해서 무섭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삶이라 안타깝다. 그렇기에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시대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고 하는 표지속 문구가 한없이 두려워진다. 그것이 조정래 선생님이 이 책을 40여년만에 새롭게 출간해야만 했던 이유였으니 모두가 좀 더 편안한 세상이 도래하기를 함께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