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여행 - 걸으면 행복한 길 23
신영철 글 사진 / 생각을담는집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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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행복한 길 23 / 느림보 여행 / 슬리시티 걸으면 행복해지는 여행

아껴둔 땅을 걷다 장흥,  " 아이고, 이게 뭐 크게 자랑할 음식이라고요. "
식당 주인의 말을 듣고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자랑질 같은 건 장흥 사람들의 천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p31    이 두 문장에서 이 책의 특징과  여행의 참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여행을 참으로 좋아한다. 책 또한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기에 한달이면 만나게되는 여행서만해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 영토에서 여행지라고해야 모두 알고 있는 곳이요, 직접 가보지 않았더라도 여러매체를 통해 눈에 익은 곳들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무언가에 중도된 듯 책을 놓지못하고 발걸음을 멈추지 못한다. 한데 느림보여행은 그 여행길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여행지와 여행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느림보여행이란 이 책은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라고하는 네이버 파워블로거 느림보님의  여행서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 홀로 여행을 시작한 이래 20여년간 두 발로 걷기 여행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내가 참으로 의외였다 싶었던것은  아무 계획없이 혼자 제주로 들어가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7년째 느리고 게으른 생활을 하고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정말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구나. 그러한 분이 쓰신 여행서라면 무언가 남다른 감각이 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자면 20여년간 천천히 걸었던 여행길에서 걸으면서 행복했던 길 23곳을 모아놓았다.
슬리시티도 있고 바닷길도 있고 전통길도 있고 내륙의 오래된 길도 떠나도 떠나도 항상 그리운길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 길을 함께 걷는다.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역사를 배우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건물과 서양식 건축물을 비교하고 지금 보이는 아름다운 그림에 인기 드라마의 영상을 겹쳐본다.
그런가하면  박경리 선생님의 흔적을 찾아가고 김동리 선생님의  소설을 만난다.
그것이 모두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 길을 천천히 걸어야만 하는 이유였다. 걸을때에만 느낄 수 있고 찾을수 있는 정서들이었다. 




전주 한옥마을 말로만 들었지 그 유래에 대한 생각은 못했었다.  을사조약이후 일본인들이 전주에 들어오면서 그곳은 개조가 되었단다.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쌀을 일본으로 실어나르기위해 신작로를 내고 우리나라 최초의 국도 1번 전군가도를 개설하면서 전주 성벽을 허물던 당시 일본인들의 그러한 세력확장에 위기감을 느낀 한국인들이 일본식 가옥과 대조되는 한옥을 지으며 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했단다.

그러한 역사적 의미를 알고나니 그 길이 더욱 걷고 싶어진다. 책은 그렇게 걷기 열망에 휩싸이게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걷기 편안하게 아주 간결한 모습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여행을 계획할 때면 가장 하기싫고 어려운 루트짜기가  느림의 미학을 완성하는 걷기여행책 답게... 시작점과 끝점을 중심으로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도보여행을 위한 tip을 한번 살펴보자. 도보여행 14km, 1박 2일 여행코스, 그 지역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먹을거리, 숙소와 교통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을 만나면서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것은 여행 정보의 팁들이 아주 간결하다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자 다수의 내용을 수록하다보면 더 안보이는 경향이 참 많다. 한데 이 책에선 꼭 알아야 할 포인트만을 콕콕  너무 간결하다 싶을만큼 담아놓고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더욱 선명하고 잘 보인다. 나의 여행길에 꼭 활용할 수 있겠다.  



그리고 또 하나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러한 여행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출발은 아껴둔 땅을 걷다 장흥편이었다. 장흥에 이런면이 있었구나 아주 새삼스럽게 다가왔던것이다.
그렇게 경주도 몰랐던 부분들이 상당했고, 부산 갈맷길 또한 그러했다.
낡은 흑백사진 속 풍경이라 표현한 청주와  길끝에서 금강을 만나는 익산의 새로운 발견이다.

아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3곳의 여행지가 모두 그러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게 만든다. 1~2번에서 많게는 4~5번을 다녀왔음에도 보지 못했던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 느낌을 받으려 다시금 걷고 싶어진다.




그리고 또 하나 느림보 여행에서 꼭 따라해야할 것이 있었으니 느림보 따라하기다.
배낭 ? 버리자 ! 여러가지 여행 준비물 ? 버리자 !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에 있어 거닐면서 먹을거리와 여행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ㅏ.
오히려 짐은 짐이 될 뿐 이 짐 저 짐 다 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나보자. p16

미륵불이 있는 동네 들머리에서 마을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보자.  조선 말기 영의정을 지낸 조두순이 살았다 전하는 이한직가옥이 아직도 옛 영화를 추억하고 있다. p68

갯배로 청초호를 건넜다면 다리로도 청초호를 건너보자. 엑스포 타워에서의 조망이 광대한 반면, 청호대교에서 바라보는 속초시와 청초호, 동해는 보다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p124 속초편에서

이와 같이 어디가서도 쉬이 만날 수 없는 여행팁이 가득하다. 그건 20여년간 걷고 또 걸으면서 터득한 작가만의 귀중한 비법들이었다. 게다가 그 여행지의 감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사진들은 마음을 설레이게한다. 





여행의 참맛은 걷기에 있었다. 그것도 천천히 느리게  여유를 가지면서,  행복해지는 길 23곳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에선 느낄 수 없는 만날수 없는 순박한 멋, 친근한 느낌, 아이고 이게 뭐 자랑할기라고  하면서 손 사래를 치던 곳, 그곳을 보면서  지금 난 내 여행의 철학이 바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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